지금까지는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여겼다. 단순한 추정이었지만 아스피린이 장출혈을 유발한다는 점과 연결해 그렇게 믿었다. 이런 가운데 그렇지 않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혈뇨란 소변에 적혈구가 섞여 배설되는 것으로, 육안으로 식별되는 육안적 혈뇨와 현미경으로만 확인되는 현미경적 혈뇨로 구분한다. 이런 혈뇨가 심하거나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요로감염이나 요석·외상·전립선염·종양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정창욱·이상은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은 2005년 8월부터 2010년 12월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자와 비복용자의 현미경적 혈뇨 유병률이 각각 6.1%, 6.2%로 차이가 없었다고 최근 밝혔다. 혈뇨가 없는 검진자들에 대한 추적조사에서도 복용자와 비복용자의 혈뇨 발생률이 4.4%와 4.1%로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 또 건강검진에서 혈뇨가 확인된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에서도 혈뇨가 유지되는 빈도가 복용자와 비복용자가 각각 60.6%, 56.0%로 별다른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성인의 10% 정도가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위장관 출혈 부작용이 있는 데다 지혈이 잘되지 않아 의료계에서는 아스피린이 당연히 혈뇨 위험성을 높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의료진은 “이 연구는 아스피린 복용자에게서 혈뇨가 나타나면 혈뇨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 원칙을 따르되 이 때문에 약의 복용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창욱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했다고 해서 혈뇨 위험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했다”면서 “아스피린 복용 중에 혈뇨가 관찰됐다고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겠지만 혈뇨의 원인은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