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딸 지키는 법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딸 지키는 법

입력 2012-09-10 00:00
수정 201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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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일입니다. 흉흉한 세상 탓인지, 아니면 소심한 탓인지 두 딸 녀석들 들고 날 때마다 간단없이 걱정만 늘어갑니다. 하기 쉬운 휴대전화 문자로 그런 속내를 담아 보내기라도 할라치면 애들은 거두절미하고 요즘 식으로 ‘ㅠㅠ’ 하고 맙니다. 속으로는 ‘저럴 일이 아닌데….’ 싶다가도 절망보다 희망을 먼저 보는 그들만의 세상읽기를 이내 수긍하고 맙니다.

지금까지 역사를 이끈 주체는 남성이었습니다.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남성의 특성인 완력이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전의 문명을 ‘완력의 성취’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지요. 왕조시대의 권력이 그렇고, 남성들의 힘겨루기가 그렇고, 남성들이 꿈꾼 욕망의 본질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의 저변에는 완력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쟁은 어떻습니까. 그 살상의 무대에서 여성이 할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전쟁을 치른 남성은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되고, 여기에서 남녀 간 힘의 균형이 무너져 종국에는 여성이 종속적으로 재배치된 것이지요. 많은 부분이 첨단 기술로 대체된 스마트 시대에도 그런 전근대적 관성이 남아 남성은 여전히 완력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합니다. 확실히 이전의 남성성은 거대하고, 직선적이며, 딱딱하고, 충돌지향적이었습니다. 이런 남성의 완력으로 질서가 재편되면서 모계사회의 낙원은 해체되었고, 이후 인류가 겪은 불행은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남성의 그 완력이 문제입니다.

최근 빈발하는 성범죄도 따지고 보면 완력의 발산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디 성범죄뿐입니까. 범죄가 아니더라도 완력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아직도 널렸습니다. 그것까지 약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성의 완력이 낳는 폐해가 성범죄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딸들에게 이렇게 이르곤 합니다. “세상 일, 완력으로 되는 건 없다. 그 보다는 냉정한 이성과 조용한 합리가 더 위력적이다.”고. 그러면서도 불안합니다. 이성이나 합리가 남성의 고질인 완력의존증을 해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jeshim@seoul.co.kr



2012-09-1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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