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이전 재개키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심의할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가 파행 끝에 정회했다.정부는 1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마포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실에서 제124차 공원위를 열어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 심의에 나섰지만 10시간 동안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채 공전하다 11시 50분 정회했다. 공원위는 “10월 5일 이전에 회의를 속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원위는 위원 25명 중 21명이 참석했는데 당초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사업자인 국토교통부의 심의 연기 요청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심의 연기여부에 대해 위원들간 ‘갑론을박’이 있었고, 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전남 신안군 관계자들이 “회의가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정회 과정에서 전남 신안군 공무원들과 민간위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등 파행을 빚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음 회의도 124차 위원회가 이어지는 것으로 심의 연기 요청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된다”면서 “사안이 중요성을 감안할때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7월 20일 열린 제123차 공원위는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첨예하자 공론화 과정을 거쳐 9월 공원위에서 심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공항 건설에 따른 국립공원의 가치 훼손 수용 여부, 항공사고 우려 등 안전 문제, 주민 이동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대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전문가와 지역주민,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거쳤지만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흑산공항은 2011년 10월 이명박 정부에서 자연공원법시행령 개정으로 공원 안에 허용되는 ‘공원시설’에 ‘소규모 공항’이 추가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전남 신안 흑산도 예리 일원 68만 3000㎡에 1.2㎞ 활주로를 건설해 50인승 이하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소형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으로 사업비 1833억원을 투입해 2021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입지·생태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2016년 11월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공원위에 제출했지만 ‘철새 보호대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2017년 7월 보완계획서는 ‘항공기 조류 출동 방지대책 등을 강구하라’며 재보완 지적을 받은 뒤 지난 2월 전문가 대책 등을 담은 세번째 변경안을 제출했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돼 섬 주민과 관광객 교통편의 개선이 기대된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흑산도 주민의 교통 기본권과 응급상황 등 생존권 보장,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공항 건설로 인한 국립공원 훼손과 예산을 낭비를 지적하며 사업 백지화를 주장한다. 흑산도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보존이 필요하고, 조류 충돌 등 항공사고 우려 및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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