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교육의 현주소
9년 만에 3배… 전체 학생의 3%
교육 격차 벌어지면 정착 어려워
학부모 “중학교 땐 귀국도 고려”
맞춤형 교육 등 개선안 마련해야
교육부가 지원하는 다문화정책학교 중 하나인 대전 산내초 온누리반 학생들의 수업 모습.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 집중 교육을 비롯해 방과후수업으로 부족한 교과 공부를 하고 한국 문화 체험 시간도 갖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중도 입국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려면 초등학교급부터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내초 제공
산내초 제공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 흐엉씨는 남편의 폭력을 참지 못하다 1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다. 식당에서 일하느라 매일이 고된 그에게 초등학교 5학년 딸과의 전화 통화는 유일한 낙이다. 서툰 한국어로 학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꼭 물어보고 “열심히 하라”는 말을 매번 잊지 않는다.
딸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 공부를 제법 잘하는 편이다. 이번 학기 담임교사 상담에서도 딸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다고 했다. 그러나 딸이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지금처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남편이 딸을 제대로 보살필지도 의문이다. 남편과 다시 함께 살아 볼까 고민도 했지만 겁부터 난다.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면 아이에게 베트남으로 함께 가자고 제안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지난 25일 발표한 ‘2022년 청소년 통계’를 보면 다문화 학생수는 전년 대비 8.6% 증가한 16만 58명이다. 전체 학생의 3.0%를 처음 넘었다. 2013년과 비교할 때 3배로 늘어난 숫자다. 전체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데 반해 중도에 입국한 학생들이 늘면서 다문화 학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08년 다문화가정지원법을 제정하면서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다문화사회로의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교육 분야에선 격차가 벌어진다.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2018년)에 따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영유아 비율은 76.0%로 전체 영유아 86.3%에 비해 10% 포인트 적다. 6월에 발표될 예정인 ‘2021 실태조사’에서는 코로나19로 이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다문화정책학교 중 하나인 대전 산내초 온누리반 학생들의 수업 모습.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 집중 교육을 비롯해 방과후수업으로 부족한 교과 공부를 하고 한국 문화 체험 시간도 갖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중도 입국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려면 초등학교급부터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내초 제공
산내초 제공
2022-05-27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