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휘둘려 정시 역행하는 ‘미래형 수능’

여론에 휘둘려 정시 역행하는 ‘미래형 수능’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9-11-28 22:42
수정 2019-11-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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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서술형 도입 등 공정성·객관성에 의문

상대평가 수능 강화 땐 고교학점제 퇴색
“정권 바뀌면 뒤집힐 것” 회의론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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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고3 수험생이 기도를 하고 있다. 2019.11.14 연합뉴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고3 수험생이 기도를 하고 있다. 2019.11.14 연합뉴스
지난해 대입 개편 이후 “현 정부 내 추가 대입 개편은 없다”는 게 교육계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라 2028학년도 대입에 맞춰 대입제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수와 등급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체계를 공고히 하는 이번 대입 개편안은 현 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미래형 수능’과의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기 힘들다. 여론에 휘둘려 원칙도 없이 교육정책 방향을 180도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28일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고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수능 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정부 임기 내에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2028학년도 대입은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게 다양한 선택과목을 수강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역량을 키웠는지를 평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등 오지선다형 시험에서 탈피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시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발표안은 ‘결국 유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영향력이 자격고사 수준으로 축소돼야 한다. 그러나 상대평가 체제의 수능 영향력이 강화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수능 점수를 따기 유리한 과목이나 주요 과목 위주로 선택하게 돼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내신 상대평가 기반의 학생부 교과전형이 확대되는 흐름은 내신 성취평가제 안착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발표안대로라면 수도권 대학은 지역균형전형을 10~20% 이상으로 확대하고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 권고된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상위권 학생들 학부모들로부터 학교 시험 문항을 고난도로 출제하는 등 내신 변별력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학교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신 성취평가제를 전제로 한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정량평가로서의 수능이 확대되면서 2028학년도에 논·서술형 문항 등 ‘미래형 수능’이 도입되면 평가의 공정성 및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논술 사교육’의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입 4년 예고제’에 따라 2028학년도 대입의 큰 틀은 다음 정부 임기인 2023년에 확정하면 된다. 이번 정부에서 사회적 합의를 한다고 한들 정권이 바뀌면 뒤집힐 것이라는 회의론마저 나온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9-11-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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