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동문단체, 논란 후 첫 규탄 집회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재학생과 동문들이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류 교수는 최근 자신의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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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집회… 학생들 분노 크다는 뜻”
윤리위서 조사… 징계 건의 등 절차 남아
류 교수 징계 없이 내년 정년 맞을까 우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킨 지 3주가 지나면서 “학교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학내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재학생들과 연세대 동문단체는 논란 이후 처음 집회를 열고 류 교수의 사과와 파면을 촉구했다.
10일 연세대 재학생들로 이뤄진 ‘류석춘 교수 사건 학생대책위원회’와 ‘연세민주동문회’,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에서 ‘류석춘 교수 규탄 집회’를 열고 류 교수의 사과와 파면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발전사회학’ 수업에서 류 교수가 한 발언은 명백한 성폭력이었는데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도 인사위원회만 개최했을 뿐 미온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생과 졸업생들은 “징계위를 개최하라”, “성희롱 들으려고 연세대 온 적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학생회관으로 행진했다.
학생들은 류 교수가 속한 사회학과의 동료 교수들에게도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구했다. 사회학과 학생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교수 사회가 지금껏 침묵함으로써 용인한 폭력이 현재의 사건을 만들어 냈다. 공동체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스승으로서 사회학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사회학과 공동체를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촉구했다.
사건 이후 류 교수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총학생회와 사회학과 학생회 등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규탄 서명을 받았다. 반면 학교 측과 교수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방관하거나 소극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비판이다. 연세대 4학년 이모씨는 “이러한 집회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 그만큼 학생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명백히 잘못된 일이고 사실관계가 밝혀진 사안인데 처리가 너무 지지부진하다. 학생이 성희롱을 했다면 이렇게 처리를 미루겠느냐”고 비판했다. 징계 절차가 길어지면 2020년 정년을 맞는 류 교수가 징계 없이 퇴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의 조치가 미온적인 상황에서 류 교수 수업을 수강 취소하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교양 수업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수강생 40명 중 9명이 최근 수강을 철회했다.
연세대는 윤리인권위원회 성평등센터에서 류 교수 발언 내용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교원인사위에 징계 건의를 하고, 교원징계위에서 최종 판단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윤리위 조사에 류 교수가 협조하고 있다”며 “징계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10-11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