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경찰 41명 있었지만… 李 지지자 위장에 속수무책

현장에 경찰 41명 있었지만… 李 지지자 위장에 속수무책

정철욱 기자
입력 2024-01-03 02:09
수정 2024-01-0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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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 현장 경호엔 문제없었나

당 대표 일정에 인파 관리만 대비
신변보호팀 6명, 지지자 제지 못 해
경찰, 선거 수준 전담보호팀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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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60대 남성 김모(가운데)씨가 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이재명(오른쪽 뒷모습)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미소를 띠며 다가오고 있다. 유튜브 정영일TV 캡처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쓴 60대 남성 김모(가운데)씨가 2일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한 이재명(오른쪽 뒷모습)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미소를 띠며 다가오고 있다. 유튜브 정영일TV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현장에는 경찰 41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피의자는 별다른 제지 없이 이 대표에게 접근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가 경호 대상이 아닌 데다 지지자로 위장해 접근을 막지 못한 것이다.

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 대표가 피습당한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는 강서경찰서와 기동대 소속 경찰 41명이 배치됐다. 이 중 6명은 이 대표 주변에서 신변 보호를 담당했다. 당 대표급 정치인의 공개 일정 때 교통, 인파 관리를 위해 통상적으로 투입하는 경력 규모다.
피의자 김모(67)씨는 이 대표가 차량 탑승을 위해 이동하던 중 취재진 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 대표를 공격했다. 김씨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있었다. 이 대표 주변에 경찰 신변 보호팀이 있었지만 지지자로 위장한 김씨가 종이와 펜을 들고 이 대표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경호 대상이 아니고 경찰은 행사를 방해하는 돌발 시위나 폭력 등 우발적인 상황에만 대비할 뿐 지지자까지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태경 부산경찰청 경비과장은 “선거운동 기간에는 당 대표가 경호 대상이지만 평소에는 아니다. 현장 대응은 통상적인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지만 정치인의 공개 일정 때 배치하는 경력의 규모나 활동 범위에 대해 좀더 고민해 재발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경찰 경호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등이다. 경찰청장이 지정하는 ‘병호 경호’를 받는 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일하다. 이 대표 피습에 따라 경찰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담보호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당 대표급 인사가 방문하면 전담보호팀으로 지정된 시도청 기동대를 배치한다.

경찰은 부산경찰청 손제한 수사부장을 이 사건 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고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68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부산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2024-01-0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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