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전 행방 끊긴 제주 4·3 희생자, 대전 골령골서 찾았다

74년 전 행방 끊긴 제주 4·3 희생자, 대전 골령골서 찾았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9-26 01:25
수정 2023-09-26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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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홍씨 도외 신원확인 첫 사례
1949년 자수 후 대전형무소 복역
새달 5일 제주로 봉환 후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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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9일 공개된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민간인 집단학살이 자행됐던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이곳에서 학살된 희생자 중에 제주 4·3 행불자가 포함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대전 연합뉴스
2007년 8월 29일 공개된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민간인 집단학살이 자행됐던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 발굴 현장 모습. 이곳에서 학살된 희생자 중에 제주 4·3 행불자가 포함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대전 연합뉴스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행방불명 처리된 희생자의 신원이 74년 만에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됐다.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4·3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역인 대전 골령골에서 발굴한 유해에 대해 4·3 희생자 유전자 감식 시범사업을 실시하던 중 처음으로 1구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제주시 조천면 북촌리 출신의 김한홍씨다. 김씨는 4·3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마을에서 떨어진 밭에 숨어 지내다 1949년 1월 말 군에 와서 자수하면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소문에 속아 자수했다. 유족들은 자수한 김씨가 주정공장 수용소에 수용된 후 아무런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양정심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장은 “고인의 아들은 2018년 채혈했으나 끝내 아버지의 귀향을 못 본 채 2020년 세상을 떠났다”면서 “올해 손자가 다시 채혈해 신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 사이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와 대전·충남 지역에서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돼 묻힌 곳이다. 4·3 당시 형무소가 없던 제주에서는 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전국의 형무소로 뿔뿔이 흩어져 수감됐는데, 대전형무소에도 300여명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민 재소자 역시 골령골 학살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의 유해는 오는 10월 4일 유족회 주관으로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제례를 진행한 후 화장해 5일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이날 고향으로 돌아온 유해에 대한 봉환식을 거행하고,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신원 확인 보고회도 개최한다. 제주도 외 지역 유해 1구의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도내·외에서 신원이 확인된 행방불명 4·3 희생자는 모두 142명이 됐다.

2023-09-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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