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3개 크기… ‘제주의 허파’ 곶자왈 사라졌다

축구장 3개 크기… ‘제주의 허파’ 곶자왈 사라졌다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3-04-13 11:46
수정 2023-04-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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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곶자왈 24만여㎡ 초지로 변해 본래 모습 잃어
제주시 “1971년 초지 조성허가… 법적규제 대상 안돼”
환경단체 “2019년부터 민원 제기에도 당국 관리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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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맵으로 본 저지곶자왈 2018년(왼쪽)과 2022년의 모습. 녹색지대가 벌거숭이 로 변해 있는게 뚜렷하게 보인다. 카카오맵 위성사진 캡처
카카오맵으로 본 저지곶자왈 2018년(왼쪽)과 2022년의 모습. 녹색지대가 벌거숭이 로 변해 있는게 뚜렷하게 보인다. 카카오맵 위성사진 캡처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 일부가 훼손돼 자치경찰단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자치경찰단 등에 따르면 제주시 한경면 소재 임야 및 곶자왈 4필지 24만여㎡중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경찰단은 초지 허가가 난 지역을 제외해 10%(2만 4000㎡)만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실상 24만여㎡가 곶자왈의 본래 모습을 상실한 상황이다.

곶자왈은 가시가 많은 덤불이나 잡목 숲이란 뜻의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용암지대에 분포하는 독특한 숲으로 자연 냉장고 역할을 하는 ‘제주의 허파’다.

해당 임야는 보전관리지역이고 제주도특별법에 의한 경관보전지구 및 생태계보전지구로 확인됐다.

자치경찰 등은 임야 훼손행위가 지난 2018년부터 진행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계속돼 온 것으로 파악했다. 카카오맵 위성사진 연도별 변화추이를 통해서도 확연하게 훼손된 것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해당 지역은 곶자왈 보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1971년 행정당국으로부터 ‘초지법’에 따라 초지조성 허가를 받은 곳이라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경단체는 행정당국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 측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담당부서는 초지 조성 허가가 난 곳이어서 초지 조성을 위한 입목벌채는 문제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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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의 무성했던 숲이 사라지고 초지로 변해 있다. 독자 제공
제주시 한경면 저지곶자왈의 무성했던 숲이 사라지고 초지로 변해 있다. 독자 제공
초지법 제12조는 허가일로부터 1년이 지나도 사업을 시작하지 아니하거나 시작 후 1년 이상 사업을 중지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초지조성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초지법 24조는 연 1회 이상 초지의 관리실태 파악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조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저지곶자왈은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개가시나무 최대 서식지로 알려졌으며 훼손지와 그 주변에 개가시나무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3일 제주시 관계자와 통화에서 “토지 소유주가 1971년 초지조성 허가를 받았으며 당시 이미 준공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2006년 소유주가 방치하다시피해서 초지에서 풀겠다고 하자 소유주가 초지로 사용한다고 해서 더이상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 곳은 곶자왈이지만 곶자왈로 지정 고시가 안돼 있다”며 “형태는 곶자왈에 포함되지만 토지이용규제기본법상 등록 고시가 안돼 있는 걸로 안다”고 현실적으로 법적 규제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는 “현재 제주도의 모든 곶자왈은 등록고시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면서 “곶자왈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적인 조례 제정이 지난 1월에야 입법고시돼 5월 도의회에 상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령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제주에서 상징적인 자산으로서의 가치만 놓고 따졌을 때 행정당국의 관리책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현재 제주 곳곳 곶자왈들, 거문오름의 경우도 초지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벌목이 되고 파헤쳐져 문제가 된 바 있다”며 “앞으로 제주도가 심도있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숙명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자치경찰단은 이와 관련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를 내사 중이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현재 이곳은 누가봐도 산림인데 당시 초지 허가가 난 상황이어서 초지법에 따라 벌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와 별도로 훼손된 곶자왈 인근에 가축사육시설물도 설치돼 있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제415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도정질문 과정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저지곶자왈 훼손 문제가 나오자 “현재 해당 지역에서의 불법 여부에 대해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수사결과가 나오는대로 법적인 조치에 대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곶자왈 훼손 예방을 위한 사업 등을 어떻게할 것인지, 또 원상회복 등을 어떻게 할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했던 점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보호 방안을 강구중이며 특히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특별법 개선안에 곶자왈 보호방안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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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가 강병삼 제주시장을 상대로도 지적되자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었고, 행정에서 조치를 취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초지 현황을 보다 잘살피고, 산림으로 환원할 수 있는 부분들은 더 꼼꼼히 살펴서 앞으로 훼손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제주시가 가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면서 노력을 기울여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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