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수차례 당했다” SNS 글 남기고 숨진 여대생

“성폭행 수차례 당했다” SNS 글 남기고 숨진 여대생

입력 2017-07-13 22:56
수정 2017-07-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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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괴롭힘 시작 지금껏 수차례 몹쓸짓 당해… 가해자들, 너만 조용하면 돼”

경찰 진위 여부 조사 나서

경기 시흥에 사는 한 여대생이 수차례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쯤 시흥시 한 빌라에서 A(20·여)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찰과 소방관들이 발견했다. 경찰은 A씨가 SNS에 올린 자살 암시 글을 본 A씨 친구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가 SNS에 남긴 글에는 “중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성폭행을 많이 당했다. 지금껏 몇 번이나 성폭행을 당해 왔고 가해자 중 대다수는 ‘너만 조용하면 아무도 모른다’라는 말을 했다. 오늘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글에서 A씨는 “어떤 사람은 익명으로 제게 나가 죽으라고도 하셨다. 캠퍼스를 걸어다니면 그 목소리가 계속 제 귀에서 울린다. 모두가 널 싫어한다는 목소리가”라고 썼다. 이어 “더이상은 혼자 못 참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10월 친하다고 생각했던 B에게 울면서 얘기를 했다”며 “B는 위로해 주는 척을 하다가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키스를 하면서 ‘너만 말 안 하면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더라”라고 했다.

이어 “요 근래에는 거의 매일이 지옥이었다”며 “그냥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고 했다. 그 누구에게도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는 A씨는 “얘기했다가 또 강간하려 들면 어떡하나. 날 강간하겠다고 한 사람도 학교 잘 다니고 있는데 누가 내 말을 들어주겠나”라고 글을 맺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같은 학교 학생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내 익명게시판에 피해 사실을 적은 글을 올렸다. 이때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이에 대해 사과문을 올렸으나, A씨는 자신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작성된 사과문에는 잘못된 사실들이 담겨 있다며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발견된 빌라에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A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수첩 크기의 메모지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일단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A씨가 SNS에 남긴 글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과거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SNS 글의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SNS 글에는 언제 누구로부터 어떤 일을 당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2017-07-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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