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 40대女, 경찰관 만나러 갔다가…

미모 40대女, 경찰관 만나러 갔다가…

입력 2013-07-28 00:00
수정 2013-07-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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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전북 군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을 만나러 나갔던 이모(40·여)씨가 실종된 지 닷새째를 맞았지만 아직 행적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실종과 관련된 유력한 용의자 정모(40) 경사를 뒤쫓고 있지만 정 경사 역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27일 전북 군산에서 실종된 40대 여성의 유력 용의자인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정모씨의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경찰서는 27일 전북 군산에서 실종된 40대 여성의 유력 용의자인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정모씨의 수배전단을 배포했다. 연합뉴스
28일 군산경찰서는 정 경사가 군산 대야로 잠입한 사실을 확인해 군산 일대를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 단서를 잡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부터 경력 500여명을 투입해 정 경사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군산시 대야면 대야공용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버스터미널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정 경사는 지난 26일 대야공용버스터미널 인근 대야농협 등에서 모습이 포착된 뒤 종적을 감춘 상태다.

경찰은 정 경사의 인상착의 등이 적힌 수배 전단을 전국에 배포하고 수배령을 내렸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가용할 수 있는 경력을 모두 동원해 정 경사를 뒤쫓고 있다”며 정 경사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인근 경찰서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경사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대야농협의 폐쇄회로 CCTV에는 초록색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모자를 쓴 상태였다.

군산 여성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군산경찰서 소속 정 경사는 경찰 출신답게 주도면밀한 도주 행각을 벌이고 있다. 정 경사는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통화기록과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는가 하면 조사를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항의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정 경사는 실종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빨리 조사를 마치라”며 격하게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경사는 지난 24일 실종된 이모(40)씨가 ‘정 경사를 만나러 갔다’는 가족의 진술에 따라 25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날 근무를 마치고 오후 7시 쯤 조사를 받기 시작한 정 경사는 조사가 자정을 넘어가자 격하게 항의하며 귀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이 압수한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에는 이미 삭제가 돼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이후 정 경사는 “보내주지 않으면 강압 수사로 고소를 하겠다”면서 격하게 항의했고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정 경사를 보내 줄 수밖에 없었다.

또 조사받을 당시 얼굴에 난 상처에 대해서 캐묻자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등 지능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정 경사의 얼굴에는 누군가와 싸운 듯한 손톱자국 모양의 흉터가 있었고 왼쪽 눈 밑에 5㎝가량의 긁힌 상처가 있었다. 조사를 담당한 수사관이 흉터에 대해 묻자 정 경사는 “손톱자국 모양의 상처는 낚싯바늘에 다친 상처고 눈 밑 상처는 낚시하다가 나무에 긁힌 것”이라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실종여성 전단지. 연합뉴스
실종여성 전단지. 연합뉴스


정 경사는 참고인 조사의 경우 조사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야간에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의도적으로 항의를 했다. 정 경사는 이후 행적도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조사를 마친 정 경사는 자신의 차를 몰고 강원도 영월로 향했고 차량 통행과 행인이 많은 고가 다리 밑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놨다.

그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전과 전주를 거쳐 군산으로 돌아와 도주 시간을 벌었다. 군산에 도착해서도 자신의 고향인 임피면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반대 방향인 회현면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 경찰 수사망을 따돌렸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 경사가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수사에 혼선을 줘 도주 시간을 벌려고 강원도에 차량을 가져다 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강원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군산으로 돌아온 점도 경찰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한 행동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 군산경찰서장은 28일 ‘군산 여성 실종 사건’과 관련해 현직 경찰관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에 사과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압수한 정 경사의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력한 용의자인 정 경사는 사건 당일 실종된 이모(40·여)씨로부터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한차례 받았다. 정 경사는 경찰에서 “이씨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무시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정 경사는 이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스팸 처리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경찰서는 사건이 난항에 부딪히자 이날 오후 전북지방경찰청 차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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