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문턱만 밟고 사라진 마약 환자 71%… ‘회전문 중독’ 막아야

병원 문턱만 밟고 사라진 마약 환자 71%… ‘회전문 중독’ 막아야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6-09-01 00:48
수정 2026-09-0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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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치료·재활 연계 ‘유명무실’

28시간 단기 교육에 치중
두 차례 이상 치료, 10명 중 3명뿐
마약 재범률 4년 만에 11%P 급증
“일정 기간 치료 강제할 제도 필요”

지속 치료 ‘컨트롤타워’ 시급
“식약처, 치료·재활까지 맡아 문제
법 개정해 복지부가 통합 관리를”
마약 중독 치료 병원·인력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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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7명은 1년에 단 한 번 진료받고 치료망 밖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치료·재활을 통한 사회 복귀를 강조하지만 환자를 지속 치료로 이끌 사법·의료 안전망은 수년째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 단계에서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뢰 비율부터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올해 6월까지 ‘사법-치료-재활 연계’ 대상자 138명 가운데 치료 보호기관 의뢰는 70명, 28시간 재활교육 배정은 104명이었다(중복 배정 가능). 중독 치료보다 단기 교육에 치중한 칸막이 행정이 결국 ‘회전문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5~2024년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마약 중독 진료 환자 7215명 가운데 연간 외래·입원 진료가 1회에 그친 ‘치료 중단군’은 5115명(70.9%)이었다.

치료 중단군 비율은 10년 내내 70% 안팎이었다. 두 차례 이상 치료받은 환자는 10명 중 3명도 채 되지 않았다. 국내 마약사범 재범률도 2020년 44.7%에서 2024년 55.9%로 11.2%포인트 뛰어 미국(40.6%)과 영국(38.8%)을 크게 웃돌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원이나 검찰, 보호관찰소에 제출할 진료기록을 떼기 위해 구색 맞추기로 병원을 한 번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마약 중독에서 회복한 ‘리’(가명·52)씨는 “병원에 가라고 하니 마지못해 한 번 가는 것일 뿐, 중독자가 가장 못 하는 일이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라며 “일정 기간 치료를 강제하고 이끌어줄 실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마약류 투약 사범을 처벌 대신 치료·재활로 이끌겠다며 2023년 ‘사법-치료-재활 연계 참여조건부 기소유예’를 도입해 이듬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검찰이 대상자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하면 전문가위원회가 치료 필요성과 재활 프로그램을 정해 제안한다. 환자의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첫 관문을 보건의료 주무 부처가 아닌 식약처가 쥔 셈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단순 교육이나 재활 프로그램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40여년간 이어진 정책적 방치가 오늘날 중독 보건의료 인프라의 붕괴와 전문의 고갈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치료 연속성을 가로막는 원인으로는 분절된 관리체계가 꼽힌다. 기소유예 뒤 보호관찰은 법무부, 사회 재활은 식약처, 치료보호는 복지부로 나뉘어 환자의 치료부터 지역사회 안착까지 추적·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법적 기반도 갈라져 있다. 복지부 소관 정신건강복지법상 중독 정책의 직접 근거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설치·운영 규정 정도에 불과하다. 치료보호와 사회 재활의 핵심 근거인 마약류관리법조차 소관이 쪼개져 있다. 이 법의 주무 부처는 식약처지만 중독자 치료보호를 규정한 제40조는 복지부 소관이다. 복지부가 관련 법적 기반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서 치료와 재활이 부처별 사업으로 파편화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정 치료 보호기관의 실적 편중도 심각하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지정기관 31곳 중 13곳(41.9%)은 치료 실적이 전무했다. 전체 실적의 46.0%인 758명은 인천참사랑병원 한 곳에 몰렸고 서울시 은평병원(217명)과 국립부곡병원(193명)을 포함한 상위 3곳이 전체 실적의 70.8%를 차지했다.

현장에서는 마약 중독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일반 정신질환자보다 10배 이상의 자원이 든다고 호소한다. 쓸 수 있는 치료 약물이 제한돼 다학제 전문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환자들은 대개 신체적·정신적 합병증이 극에 달해서야 병원을 찾는다”며 “암으로 치면 4기가 돼서야 처음 진료실에 들어오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중독치료센터장은 전국에서 마약 중독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를 10~20명 남짓으로 추산했다. 그는 “전쟁이 터졌는데 전선에 나갈 군인이 없는 꼴”이라며 “의사는 물론 정신건강간호사와 사회복지사, 회복상담가까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치료 난도와 업무량에 비해 수가 등 보상이 터무니없이 적어 의료기관들이 진료 자체를 꺼리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식약처 위원회의 치료 평가 기능을 복지부로 넘기고 정신건강복지법과 마약류관리법으로 쪼개진 법적 근거를 정비해 치료·재활·사례관리를 하나로 엮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속 치료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낮추고 심리치료·가족상담을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한편, 치료 중단자를 다시 병원으로 연결할 중독전문 코디네이터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식약처가 마약류 예방과 안전관리를 맡을 수는 있지만 환자의 치료와 재활까지 떠맡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구조”라며 “치료부터 지역사회 복귀까지 전 과정을 복지부가 통합 관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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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마약 중독자를 치료할지 말지 선별해 심사할 게 아니라 어떤 수준의 치료를 얼마나 집중 제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28시간짜리 단기 교육으로 중독이 낫는다면 마약 문제는 진작 사라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줄 요약
  • 마약 중독 환자 10명 중 7명, 1회 진료 후 중단
  • 재범률 급등 속 사법·의료·재활 분절 구조 비판
  • 복지부 중심 통합 관리와 지속 치료 제도 요구
2026-09-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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