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안 나오는 스터디카페 가고 음악 앱 삭제
“‘귀벌레 증후군’ 피하고 명상이나 스트레칭”
로제,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뮤직비디오 장면. 유튜브 캡처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험생들은 이른바 ‘수능 금지곡’을 듣지 않도록 한껏 조심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중독성 강한 음악에 노출되면 쉽게 불안해지는 등 감정적으로 동요될 수 있어 유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A(18)군은 요즘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유명 가수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신곡 ‘아파트’(APT.)를 듣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20·30세대의 술자리 게임을 소재로 한 이 곡은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반복하는 중독성 강한 ‘훅’(Hook·강한 인상을 주는 후렴구)이 여운을 남긴다. 곡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아파트’라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전 세계인의 귀를 사로잡아 인기를 끌고 있으나 수험생들에게는 멀리해야만 하는 노래일 뿐이다.
‘수능 금지곡’이란 ‘아파트’처럼 반복되는 노랫말과 멜로디의 강한 중독성 탓에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 수험생의 집중력을 해치는 음악을 뜻한다. 후렴구에서 ‘링딩동 링딩동’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샤이니의 ‘링딩동’(Ring Ding Dong), SS501의 ‘유알맨’(U R Man), 레드벨벳의 ‘덤덤’(Dumb Dumb)이 대표적인 수능 금지곡으로 꼽힌다. 수능 금지곡은 10대 청소년이 좋아하는 아이돌그룹 노래가 대부분이지만, 인기 동요인 ‘상어가족’과 각종 광고 노래도 포함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걸그룹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 비비의 ‘밤양갱’, 최예나의 ‘네모네모’ 등이 새로운 수능 금지곡 대열에 합류했다. 고등학교 3학년 B(18)군은 “공부할 때도 대중음악이 나오는 카페는 피하고 조용한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려 한다”며 “유튜브 뮤직 등 음악 앱도 삭제하고 수능 전까지는 노래와 멀리하려 한다”고 했다.
수험생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금지곡이 재생되는 ‘낚시성’ 게시물을 올려 클릭을 유도하는 건 이미 금기가 된지 오래다. 이런 장난을 쳤다가 계정이 차단당했다는 게시물도 여럿 볼 수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수능 금지곡의 가사가 계속 머리에 맴돌아 미치겠다”며 “어떻게 머릿속에서 없애야 하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머릿속에서 특정 노래의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것을 ‘귀벌레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의 심리는 생각보다 약해서 반복되는 리듬을 들으면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우울하거나 들뜨는 등 한쪽으로 쏠릴 수 있다”며 “특히 수험생들은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에 이런 ‘귀벌레’가 하나라도 더 들어오면 신경이 쓰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수험생들은 당분간 중독성이 강한 노래는 듣지 말고 본인만의 집중력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음악 같은 노래를 듣거나 가벼운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을 한다면 흔들리는 마음을 잠재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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