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시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한 양씨는 합창단 공연 ‘고전과 낭만’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식됐다. 그러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기증자 몸의 일부가 누군가와 함께 세상에 숨 쉬고 있다는 생각이 위로되고 삶의 끝에서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기증된 양씨의 간장과 오른쪽 신장은 2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오랜 시간 준비했던 공연을 하루 앞두고 쓰러지며 삶의 끝까지 음악을 사랑하다 떠난 기증자를 많은 분이 함께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양씨는 생전 감수성이 풍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상하고 가족들을 늘 먼저 챙기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중창단에서 재능을 발견해 음악을 시작했고, 교회 성가대 지휘 및 서울시립합창단 단원 등으로 활동했다.
여동생 양소영씨는 영상 편지로 “오빠한테서 장기를 받은 사람이 갑자기 음악이 좋아지고 갑자기 성악곡이 듣고 싶어지고 그래서, 그 사람이 음악인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남동생 양승영씨는 “형이 사랑하는 할머니랑 엄마랑 함께 여기보다 행복하게 잘 지내. 그리고 우리 다시 천국에서 다시 만나. 형, 사랑하고 보고 싶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에 동참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나눠주신 소중한 마음을 잘 전달해 아픈 이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