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이미지(기사와 관련 없음). 서울신문 DB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방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추징금 1억2천450만5천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A씨의 남편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부는 숨진 아동, 친모와 공동제척 생활 관계를 형성했고,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지위에 있었지만 보호자로서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친모에게 집안일과 성매매까지 시키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모두 향유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들 부부는 숨진 4세 아이의 친모인 B씨가 딸에게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폭행을 휘두르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B씨에게 2400여회에 걸쳐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해 성매매 대금 1억24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B씨의 성매매 대금은 A씨 계좌로 입금 됐으며, A씨는 이 돈 대부분을 생활비나 빚을 갚는 데 썼다.
B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2020년 8월가출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A씨 부부와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쯤 A씨 부부 집에서 친딸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B씨는 딸이 거품을 문 채 발작을 일으키는 등 위급한 상황에도 별다른 조처를 않다고, 뒤늦게 병원에 데려갔으나 이날 오후 6시쯤 숨졌다. 학대를 의심한 의사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되면서 B씨의 학대, A씨 부부의 방조 등이 드러났다.
B씨의 딸은 어른들의 방치 속에 심각한 영양 결핍을 겪었다. 4년 5개월 나이지만 체중이 4~7개월 사이 영아와 비슷한 7㎏에 불과했고, 키도 87㎝로 또래에 비해 한참 작았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에서 A씨 부부는 친모가 숨진 아동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보호자로서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집을 비웠을 때는 A씨가 숨진 아동을 돌봤고, B씨의 성매매 대금을 두 가족 공동체의 생활비로 쓴점 등을 들어 서로 의식주를 공유하는 관계로 판단하면서, A씨 부부에게도 보호자의 의무가 있다고 봤다. 아동복지법은 친권자 뿐만 아니라 기타의 이유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게 된 사람에게도 법률상 보호자의 지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 부부에게 계획적이고 확정적으로 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남편의 경우 직장을 다니고 있어 피해 아동을 직접 돌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A씨 부부에게도 자녀가 있기에 두 사람 모두 중형을 선고받으면 양육이 걱적스러워 진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