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까지… 전두환측 “5·18 사죄했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

떠나는 날까지… 전두환측 “5·18 사죄했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

입력 2021-11-23 22:10
수정 2021-11-2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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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유배 33년째 되던 날 사망

혈액암 앓던 전씨, 자택 화장실서 쓰러져
‘북녘 보이는 고지에 백골로’ 회고록 유언

이명박·이준석·이재용·최태원 조화 행렬
장세동·이영일 등 측근들 조문도 잇따라
빈소 밖에선 전태일 열사 동생 등 규탄시위
보수단체, 광화문 일대 분향소 설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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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23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첫날이었지만 정치권 인사의 조문 행렬은 뜸했다. 5공 인사들은 일찌감치 발걸음한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죄 없이 사망한 전씨에 대한 규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23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첫날이었지만 정치권 인사의 조문 행렬은 뜸했다. 5공 인사들은 일찌감치 발걸음한 반면 일부 시민단체는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죄 없이 사망한 전씨에 대한 규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갑작스럽게 사망했지만 전씨의 시신은 6시간이나 지난 오후 3시 15분쯤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강원 인제군 백담사로 유배를 떠난 지 정확히 33년째 되던 날 전씨는 눈을 감았다.

장례식장 앞에서는 전씨의 과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민단체 전두환심판국민행동 상임고문인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는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황망하기 짝이 없고 유가족은 41년 동안 시대의 아픔을 은폐했다”면서 “아들들의 목숨을 강제로 빼앗기고 시신을 받았던 부모들의 심정을 꼭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에 사는 안충원(20)씨는 “개탄스러워 서울까지 오게 됐다”면서 ‘반성하지 않는 자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유튜버들도 빈소를 찾아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 보수 성향의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등은 광화문 일대에 분향소를 설치할 장소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은 오후 5시부터 시작됐지만 전씨 측근인 5공 인사들은 그전부터 하나둘씩 빈소로 들어갔다. 민주정의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이영일 전 의원, 하나회 출신 고명승 전 예비역 육군 제3군사령관에 이어 전씨가 백담사에 머물 당시 주지 도후스님, 하나회 출신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도후스님은 빈소를 떠나며 “2년간 같이 수행했다. 왕생극락하시라고 기도해 드렸다”고 말했다.

하나회 막내였던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의 조화 행렬도 이어졌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앓은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전씨 부인 이순자씨와 간호사가 발견해 외부에 있던 경호팀에 알렸다. 경찰 과학수사대가 범죄혐의점 분석을 위해 현장을 검증했으며 전씨 시신에 대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도 이뤄졌다. 언론에 알려진 시점은 1시간쯤 뒤인 오전 9시 46분이었다.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자택 앞에서 ‘전씨가 사망 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및 유족에게 따로 남긴 말은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씨의 유언은 자신의 회고록에 담긴 ‘북녘땅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아 있고 싶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전씨 시신은 유언에 따라 화장될 것으로 보인다.
2021-11-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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