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암흑 속 감금·고함… 아동 정서학대 10배 급증

툭하면 암흑 속 감금·고함… 아동 정서학대 10배 급증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1-11-18 22:40
수정 2021-11-1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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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없는 정신적 아동학대 증가세

2011년 909건… 지난해 8732건 집계
습관적 무시·공개적 면박 등 인식 저조
“징후 찾으면 심리검사 의무화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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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우리 아이를 그냥 한 대 때리고 말았으면 낫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흔적이 남잖아요. 아이는 2년이 지난 지금도 화장실에 괴물이 있다고 무서워해요.”

이정연(41·가명)씨의 4살 배기 자녀는 2019년 어린이집 교사 A씨로부터 불 꺼진 화장실에 감금되는 ‘벌’을 자주 당했다. 이후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고 틱장애(무의식적으로 행동을 반복하거나 소리를 내는 행위) 증상도 보였다.

이상하게 여긴 이씨가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보니 A씨가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화장실에 가두는 장면이 나왔다. 검찰은 지난달 A씨가 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아이를 화장실에 가두고 수차례 5~7분 홀로 둔 점을 정서학대로 볼 수 있다며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아이를 화장실에 놓고 내버려 둔 다른 행위에 대해서는 함께 들어갔고 화장실에 있던 시간이 불과 1분 8초 등에 불과하다며 정서학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 등 정서학대가 크게 늘고 있다. 18일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중 정서학대 발생 건수는 2011년 909건에서 지난해 8732건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아동학대가 6058건에서 3만 905건으로 5배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른 것을 알 수 있다.

신체학대, 성학대와 달리 외상이 없는 정서학대는 방임과 마찬가지로 피해 아동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어 실제 정서학대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서학대가 급증한 것은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신고가 많이 이뤄진 것과 관련 있다. 다만 습관적으로 아이를 무시하거나 큰소리를 질러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공개적 장소에서 창피를 주는 것 또한 정서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른들의 인식이 저조한 것도 정서학대가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된다.

홍창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사무국장은 “정서학대는 여러 학대의 시작점일 때가 많아 기민하게 살펴야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있고 다수의 피해 아동 진술이 한결같이 일치하는데도 CCTV 증거가 없어 피해를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올해부터 학대 사건이 불분명하면 ‘아동학대 판단회의’를 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 25개 구에서는 지난 6월부터 경찰, 자치구, 의료인, 임상심리사 등이 모여 학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동의 팔을 잡아당기고 턱을 강하게 치켜올리며 훈계한 행위도 정서적 긴장감을 지속시킬 수 있다며 신체학대뿐 아니라 정서학대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오기도 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동 정서학대는 판단 기준이 까다로워 학대예방경찰관이나 지자체 보호기관 상담사의 전문성이 더욱 필요하다”며 “정서학대 징후가 발견되는 즉시 학대 인정 여부와 별개로 심리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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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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