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500일, ‘혐오’로 멍든 사회…감염자.외국인에 찍힌 주홍글씨

코로나 500일, ‘혐오’로 멍든 사회…감염자.외국인에 찍힌 주홍글씨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1-06-03 16:46
수정 2021-06-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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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차별 소지에…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검사 권고
인권침해·차별 소지에…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검사 권고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외국인주민지원본부 옆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에 인권침해·차별 등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검사 권고’로 한발 물러섰다.
뉴스1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아시아계 혐오범죄와 차별이 국제적 논란이 됐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도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감염된 우리 국민에 대한 혐오 역시 여전하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후 500여일이 흐르는 동안 감염병보다 무서운 혐오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한국 거주 중국인 유학생의 사회적 낙인 경험’(성균관대 장이츠·박사과정 수료) 보고서를 보면 심층조사에 응한 중국인 유학생 20명은 상점 출입금지, 택시 승차 거부 같은 다양한 차별을 경험했다.

유학생 A씨는 “친구와 택시를 탔는데, 둘이 대화하니 우리가 중국인이란 걸 알고 택시기사가 빨리 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학생 B씨는 “식당 사장님이 내게 홀에서 음식을 먹는 대신 포장해 갈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또 다른 유학생은 “중국어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봐서 친구와 지하철을 타도 문자로만 대화한다”고 증언했다.

한때 서울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데도 이주노동자를 감염 확산 원인으로 보는 차별적 시선이 내재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인도인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국제이주기구 한국대표부 심나리 정책공보관은 “재외동포들이 혐오범죄에 시달리자 많은 이들이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역으로 우리는 국내 외국인을 차별하고 혐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외국에선 한국인이 피해자고, 국내에선 가해자다. 막연한 두려움에 혐오와 차별을 재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혐오를 낳는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낙인찍기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자가격리자에게 ‘전자팔찌’나 다름없는 안심밴드를 채우자는 의견에 80.2%가 동의한 게 단적인 예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환자 107명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이후 4주째에 중등도 이상의 불안 증상을 보인 비율이 15.6%,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한 비율이 3.1%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감염 이후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장이츠씨는 “이들이 경험한 낙인은 심리적 외상이 된다”며 “지역사회, 정부 차원에서 보다 포용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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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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