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대학교.
한국해양대 제공
한국해양대 제공
제대로 못했다고 300회→800회→1200회앞서 한국해양대와 일부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신입생들의 합숙소인 승선 생활 교육관에서 4학년 선배들인 명예 사관이 위생점검을 하던 중 여러 지적사항을 밝힌 뒤 후배들에게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시킨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해당 교육관에서는 한국해양대 해사대 신입생 200여명이 몇 개 분반으로 나뉘어 합숙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명예 사관은 위생점검 지적을 받은 후배에게 팔굽혀펴기 300개를 시켰고, 이 과정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횟수를 계속 늘려갔다. 횟수가 600회, 800회 등으로 늘다가 결국 1200회 지시까지 나왔다는 것이 학생들의 진술이다.
지적을 받은 당사자가 다 못하자 연대책임 형식으로 동기들이 분담해 인당 80여개씩 팔굽혀펴기가 이뤄졌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이를 폭로한 인터넷상의 글에서 “수도꼭지 방향을 제대로 정렬해 놓지 않았다고 기합이 있었다”면서 “(4학년 학생이) 14시간 동안 (팔굽혀펴기 기합을) 1만개도 해봤다고 하면서 너희는 값진 것을 얻었으니 오늘을 꼭 기억하라”는 훈계도 들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한 학생은 “생활관 2~6층에 학생들이 있는데, 다른 층에서 기합받는 소리가 들리자, 명예 사관이 ‘너희도 꾸부려(엎드려뻗쳐)를 하고 싶냐’고 물었고, 학생들이 ‘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동기애가 없다’며 팔굽혀펴기 100개를 시켰다”는 주장도 있었다.
학교 측, 위원회 구성해 진상조사 착수논란이 확산하자 한국해양대는 본부 차원에서 내·외부위원으로 비상진상위원회를 구성해 ‘군기잡기’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신입생 학부모에게도 진행 과정을 안내하고 해사대 학장이 신입생을 상대로 사과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얼차려 지시를 내린 4학년 명예 사관은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당일 신입생 교육을 도왔던 선배 학생 모두를 교육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다만 논란이 된 뒤 업무정지된 명예 사관이 평소 후배들을 잘 살피던 선배였다며 안타깝게 여기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1200회 팔굽혀펴기 지시가 시작된 이유에 대해서도 위생점검 당시 수도꼭지 정렬 문제가 나오긴 했지만 이것이 얼차려 지시가 내려진 이유는 아니었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당시 위생점검이 끝난 뒤 한 후배가 마스크를 내리고 코를 긁었고, 이를 본 명예사관이 차렷 자세 중 움직였다는 이유로 팔굽혀펴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대 커뮤니티
이 네티즌은 “경위가 어찌 됐든 이슈화가 됐다는 점은 가족으로서 안타깝고 슬픈 일”이라며 “가족으로서 사건의 진실을 덮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진상이 밝혀지고 책임이 따르겠지만 지나친 인신공격과 모욕적인 글로 해당 명예사관이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만의 책임?…“학교가 방관한 것” 지적도이번 군기잡기 논란의 책임을 단순히 해당 명예사관에게만 물을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원을 양성하고 교육하는 대학에서 훈육에 대한 지도 방침 없이 개인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그리고 그러한 배경 속에서 잘못된 훈육 문화가 대물림되어 이어져왔다는 지적이다.
얼차려 지시의 발단이 수도꼭지 정렬이라고 알려졌을 당시 한국해양대 측은 언론에 “배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실종을 뜻하고, 외부 의료지원이 안 되는 고립된 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청소 위생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원점검과 위생점검이 매우 중요하고 엄격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얼차려 지시는 잘못했지만, 엄격한 위생점검은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수도꼭지 정렬과 위생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 측은 비상진상규명위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