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에이전트, 아나운서, 심리상담사...
요일마다 직업이 달라지는 ‘프로 N잡러’
“죽기 전까지 도전할 듯”
“매일 자기 전에 ‘내일은 무슨 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까?’ 생각하면서 잠들곤 합니다.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일이 그날의 직업이 되는 거죠.”프리랜서 아나운서, 작가, 스포츠 에이전트, 스포츠 심리상담사 등 다방면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동(38)씨. 그는 스스로 “나는 요일별로 직업이 다른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라고 표현했다.
“최근에 가장 비중을 많이 두는 일은 스포츠 에이전트와 아나운서예요. 주중에는 스포츠 에이전트로 살고 있고, 주말에는 결혼식 사회 등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로 살고 있죠. 또 집에 돌아와서는 웹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로도 살고 있어요.”
그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디딘 것은 20대 후반. 건축학과를 전공했던 그는 건축학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했다. SBS Sports의 ‘베이스볼 S’를 진행했고, 그 후 부산으로 향해 KNN(SBS 부산·경남) 아나운서가 됐다.
“부산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롯데자이언츠 경기 중계 캐스터를 맡게 됐어요. 그렇게 4시즌(2013~2016) 동안 야구 중계를 했죠. 그때 친해진 선수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당신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자기계발서를 출간했습니다.”
‘프로 N잡러’ 이현동씨가 자신의 저서 ‘당신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와 ‘제가 좀 예민해서요’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방송국을 그만두고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책도 같이 쓰게 됐어요. 또 스포츠 심리상담사 자격도 취득해 최근에는 중‧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멘탈 케어도 돕고 있죠. 올해의 가장 큰 목표는 ‘작사가 데뷔’인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많은 직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로 ‘강력한 목표 의식과 자기 확신’을 꼽았다. “여러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강한 자기 확신과 목표 의식이 결국 그런 두려움을 사라지게 만들었다”며 “하고 싶은 열정과 노력을 통해 그 두려움을 상쇄시키면서 꾸준히 하다 보니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 N잡러’인 그에게도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고 했다. “현재 제일 큰 인생의 고민은 결혼이에요. 저도 적지 않은 나이이다 보니까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세요. 하지만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작사가의 꿈과 결혼의 꿈이 잘 이루어져 죽기 전에 ‘정말 잘 살았다’고 느낄 수 있는 삶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작사가의 길을 준비 중인 이씨는 ‘도전’을 ‘늘 함께하는 친구’라고 말했다.
Q. ‘작가’로서 책 소개를 한다면?자기계발서 ‘당신에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제가 직접 만났던 스포츠 스타들과의 숨겨진 이야기와 제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담은 자기계발서입니다. 특히 야구선수 강민호, 손아섭, 전준우, 구승민 등 선수들의 실제 에피소드도 담겨 있어 야구팬이라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도 많이 있죠.
두 번째 책 ‘제가 좀 예민해서요’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예민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감각 과민증’이더라고요. 저와 같은 감각 과민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생각보다 재밌어요.
Q. ‘스포츠 에이전트’는 어떤 직업인지?저는 KPBPA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소속된 야구 에이전트입니다. 선수들의 대리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야구 시즌이 끝나서 선수들의 다음 시즌 연봉 협상 등의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롯데자이언츠 중계방송을 하면서 친해진 구승민(롯데자이언츠 투수) 선수가 제가 1호로 계약한 선수예요.
이현동씨와 롯데자이언츠 구승민 선수. 이현동씨 제공
Q. 다양한 직업을 가진 만큼 직업 간의 간극은 없는지?사실 직업이 다양하다 보니 직업마다 특징이 다르죠. 하지만 통합을 하고 보면 결국에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고, 다리 역할을 하는 이런 것들의 총체적인 합이더라고요. 아나운서는 미디어와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역할, 에이전트는 구단과 선수를 연결해주는 역할, 스포츠 심리상담사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 결혼식 사회는 신랑‧신부와 하객을 연결해주는 역할처럼 모든 일이 중개자의 역할이더라고요. 그래서 직업 간의 간극은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Q. 꿈꾸는 ‘슈퍼 프로’(Super pro)는 어떤 모습인지?이 질문은 스스로 늘 자문하는 것이기도 한데, ‘슈퍼 프로’는 한 분야에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를 걸친 준프로 같은 느낌이죠. 지금은 에이전트로서 ‘슈퍼 프로’, 작가로서 ‘슈퍼 프로’, 이런 식으로 하나로 고정하지 않고 그때그때 가장 잘 하는 1순위의 역할의 ‘슈퍼 프로’를 꿈꾸고 있어요. 꼭 한 분야의 ‘슈퍼 프로’가 아닌 여러 분야의 ‘슈퍼 프로’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본인에게 ‘도전’은 어떤 의미?저는 도전을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운명론자거든요(웃음). 무언가 실패를 해도 ‘이 또한 이 정도가 맞다. 이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면 지나간 일에 대해서 후회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말 그대로 운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것처럼, 도전은 저와 늘 함께하는 친구 같아요. 앞으로 힘들더라도 도전을 거부할 생각은 없고요. 죽기 전까지 계속 무언가 도전하고 있을 것 같아요.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장민주 인턴기자 goodgood@seoul.co.kr
영상 김형우·임승범·장민주 기자 hw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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