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딸과 8년째 행복…“입양가족도 똑같은 가정입니다”

가슴으로 낳은 딸과 8년째 행복…“입양가족도 똑같은 가정입니다”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1-07 17:28
수정 2021-01-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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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어린 시선에 상처받는 입양가족

사진은 지난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는 글이 적혀 있는 모습. 2021.1.5. 뉴스1
사진은 지난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을 추모하는 글이 적혀 있는 모습. 2021.1.5. 뉴스1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정성껏 키워온 입양 부모들은 문제의 본질은 입양이 아니라 아동학대에 있다며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을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입양가정 부모 이희진(가명·41)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인이를 살릴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비극을 막지 못해 안타깝고 화가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2살 아들과 9살 딸 등 남매를 키우는 이씨는 8년 전 돌쟁이인 딸을 입양했다. 이씨는 “입양 부모 중에도 사랑으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고 친자식을 학대하고 방임하는 친부모도 있지 않나”라며 “입양가정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입양 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대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5년 전 입양가정 학대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점검을 한다고 갑자기 공무원이 집을 찾아왔다”며 “둘째아이가 혹여 입양아라서 다른 취급을 받는다고 느낄까 봐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입양부모들은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 대다수는 친부모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아동학대 사건 3만 45건 가운데 입양부모의 학대 사례는 94건으로 0.3%에 그쳤지만 친부모가 가해자인 사례는 2만 1713건(72.3%)에 달했다. 같은 해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 42명 가운데 입양자는 1명(2.4%)으로 가장 적었다. 피해자의 52.4%가 친부모가정에서 숨졌다.

정인이 사건의 여파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은 “결연될 아이를 기다리는 예비 입양 부모도 사회적 편견과 부담감 때문에 입양 신청 취소를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1월 정인양과 같은 개월수 첫째 딸을 입양한 최선영(가명·40)씨는 둘째 입양 신청 취소를 고민 중이다. 최씨는 “정인이와 딸이 개월수가 같다보니 나에게도 올 수 있는 아이였다는 생각이 들어 충격이 더 컸다”면서 “부모는 아이가 넘어질까 애지중지 키우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학대’가 아닌 ‘입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최씨의 걱정이 시작됐다.

최씨는 “법원이 지정한 병원에서 부부가 따로 심리검사를 받고, 범죄 경력조회서와 은행 전계좌 등 재산내역까지 모두 제출해 약 1년 만에 아이를 품에 안았다”면서 “첫째가 외로울까봐 힘든 입양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고 있지만, 절차를 더 강화하면 범죄자 취급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장 첫째도 오는 3월부터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는데 입양아라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색안경을 낄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보통 입양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데, 이웃에게 소문이 퍼질 수 있는 주변인 조사까지 추가한다는 발표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다만 최씨는 “사후관리 방문 횟수를 늘리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 “전문성이 높은 담당자가 아이의 발달 상태에 대해 살펴보고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자녀 양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미혼모가족협회·국내입양인연대 등 10개 단체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양특례법상 입양기관은 입양 1년 간 사후 관리의 책임을 진다”면서 “보건복지부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입양 절차 부터 사후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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