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번 코로나 ‘음성’ 받은 아버지를 요양병원서 꺼내주세요”

[단독] “6번 코로나 ‘음성’ 받은 아버지를 요양병원서 꺼내주세요”

최영권 기자
입력 2020-12-29 16:35
수정 2020-12-2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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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람선보다 못한 대한민국 요양병원 코로나19 코호트 격리

지난 15일부터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직원들이 29일 병동으로 올라가기 전에 1층 청정구역에서 레벨디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N95 마스크, 보안경, 덧신, 장갑 등을 꼼꼼히 착용해야 한다. 최희찬 의사 제공
지난 15일부터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직원들이 29일 병동으로 올라가기 전에 1층 청정구역에서 레벨디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다. N95 마스크, 보안경, 덧신, 장갑 등을 꼼꼼히 착용해야 한다.
최희찬 의사 제공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아요. 딸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네요”

박상현(41) 씨는 2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 코호트 격리된 아버지 박남기(71)씨를 위해서 딸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박씨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본 건 이달 초 구로 고대병원에서 뇌경색에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다. 대학병원에서는 오래 입원할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했는데, 10년 전 이 병원에서 뇌출혈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아버지는 “집도 가깝고 다니던 데가 편하다”며 이 병원으로 옮겼다.

그후 2주만에 코로나19가 집단 발발하면서 지금은 면회조차 불가능해졌다. 박 어르신은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코호트 격리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박 어르신이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박씨는 “아버지를 받아주겠다는 병원이 있는데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다”며 “아버지가 빨리 코로나 환자들과 분리 됐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였다.

다행히도 박 어르신은 6차례에 걸친 코로나19 전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아버지는 항생제 치료 때문에 균이 옮을 우려가 있어 격리 병실로 옮겨 다른 환자들과 분리됐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서도 “아버지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6인실로 가야 하고 다시 코로나19에 노출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5일부터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직원들이 29일 레벨디 방호복을 입은 채 1m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은 매일매일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고 있다. 28일까지 6차에 걸쳐 PCR 검사를 받았고 159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중 80명이 환자고 78명이 의료진과 직원, 간병인, 보호자 등이다.  최희찬 의사 제공
지난 15일부터 코호트 격리된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직원들이 29일 레벨디 방호복을 입은 채 1m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은 매일매일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고 있다. 28일까지 6차에 걸쳐 PCR 검사를 받았고 159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중 80명이 환자고 78명이 의료진과 직원, 간병인, 보호자 등이다.
최희찬 의사 제공
미소들요양병원에서는 지난 15일 첫 코로나 환자가 나온 뒤 29일까지 158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코로나19 확진자 158명 중 환자는 80명이고 간병사 47명, 보호자 8명, 병원직원 7명 등 의료진과 행정, 간병 인력이 78명으로 절반에 가깝다. 이중 병상 배정을 받으며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는 4명이고, 외부로 이송된 환자 중 2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음성 환자 가운데 사망한 사람도 9명이다.

71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3명이 사망해 전 세계가 비난했던 일본 유람선 코호트 격리 사례가 대한민국 요양병원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164명),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91명), 충북 청주시 참사랑노인요양원(105명), 울산 남구 요양병원(243명)이 코호트 격리됐다.

특히, 경기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에서는 병상을 기다리다 환자와 의료진 27명이 사망했고,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치료를 받다 사망한 사람이 11명이다. 이달 들어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는 40명이 넘는다.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선생님 저희가 통화를 하거나 설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인력이 한참 모자라거든요”라며 급박한 병동 상황을 가늠케 했다.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직원들이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 전원을 위해 구급차 앞에서 대기중이다.  최희진 의사 제공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직원들이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환자 전원을 위해 구급차 앞에서 대기중이다.
최희진 의사 제공
2주째 격리돼 요양병원 환자를 돌보고 있는 미소들요양병원 최희찬 의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요양병원 환자들은 방치 된 채 병상배정순위가 밀리고 있다”며 “요양병원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방역 당국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병실이 좁아 1인실 격리가 어려워 집단 감염 우려가 높다”며 “또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암 등 대학병원 입원 환자보다 중한 환자가 많다”면서 요양병원에 왜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은 의료법상 감염병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인공호흡기가 없고, 음압병동이 없어 코로나 환자를 관리할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전담병원에 병상 배정을 해서 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 보건 당국의 노력으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중수본에 요양병원 및 요양원 등 시설에 대한 특수반을 설치해서 전 행정력을 동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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