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험생 연락처 알아내 “맘에 든다”…시험감독관 무죄→유죄

수능 수험생 연락처 알아내 “맘에 든다”…시험감독관 무죄→유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0-21 08:35
수정 2020-10-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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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1심, 개인정보보호법 입법목적 저해하는 판결”
수능을 보는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마음에 든다”고 연락했던 시험 감독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재판부의 질타와 함께 유죄 선고를 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부장 최한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A(3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지난 2018년 11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수능시험 고사장에서 시험감독을 했던 A씨는 수험생 B양의 응시원서와 수험표를 대조해 연락처를 알아냈다. B양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등록한 A씨는 열흘 뒤 카카오톡으로 “사실 맘에 들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A씨가 B양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교육부나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자를 받는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개인정보 취급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를 누설·훼손하는 행위 등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즉 A씨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금지나 처벌 규정이 없다.

지난해 7월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던 경찰 역시 비슷한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견책 처분만 내려진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해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것이라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피고인은 개인정보 파일 운용을 목적으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개인정보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에서 정한 ‘개인정보 취급자’란 다른 사람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 상응하는 개념”이라며 “오로지 개인정보 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파일 운용에 직접 관여하는 행위를 하는 자”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A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수능 감독관으로 임명돼 시험감독 업무를 위해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고 판단했다.

즉 항소심은 1심과 달리 수능 감독관인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개인정보 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공받은 정보에 대한 범위를 초과해 이용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 기존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전화번호를 수능 감독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과 착각했다’,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이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듣고 알게 됐다’는 등 변명하며 사건을 부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법률 상담을 받은 결과 무고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며 고소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면서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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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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