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토사, 공장·펜션도 삼켰다

집채만 한 토사, 공장·펜션도 삼켰다

입력 2020-08-03 22:26
수정 2020-08-04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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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3일까지 역대급 물폭탄

평택 부품공장 덮쳐 3명 사망·1명 중상
가평 펜션 3명 숨져… 풍수해 ‘심각’ 격상
임진강 상류 北 황강댐 수문 일부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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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도… 집값도… 빨간불
잠수교도… 집값도… 빨간불 3일 서울 잠수교가 불어난 한강 물에 잠겨 있다. 잠수교는 한강 수위 상승으로 지난 2일 오후부터 전면 통제되고 있다. 이날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물폭탄 수준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 등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상청은 5일까지 중부지역에 누적강수량 100~300㎜, 최대 5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순식간에 집채만 한 토사가 동료를 덮쳤어요.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었어요.”

이틀간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경기도 평택과 가평에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3일 오전 10시 49분쯤 평택시 청북읍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제조 공장의 건물 뒤편 야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장의 가건물을 덮쳤다. 소방 당국은 1시간여 만인 낮 12시 30분쯤 토사에 매몰돼 있던 A(31)씨 등 4명을 구조했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A씨를 비롯해 30대 근로자 3명은 끝내 숨졌다. 50대인 나머지 1명은 중상이다. 또 이날 오전 10시 37분쯤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에서 토사가 펜션을 덮쳤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펜션에 있던 일부 사람들은 무사히 대피했으나,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 당국은 3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나머지 베트남 출신 펜션 직원의 행방을 찾고 있다.

추가적인 산사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까지 강원도에서는 지난 2일 영월군 북면 문곡리 인근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0.3㏊의 산림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국도 등 도로나 도심 주택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 인명 피해가 날 가능성이 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2~3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12명, 실종자는 13명으로 집계했다. 중대본은 또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기습적 폭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3일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풍수해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장마전선과 제4호 태풍 ‘하구핏’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는 5일까지 최대 500㎜의 ‘물폭탄’이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5일까지 중부지방에 누적 강수량 100~300㎜, 최대 5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10일까지 중부지방에 계속 비가 오고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는 13일까지 줄곧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한편 북한이 이날 사전 예고 없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을 일부 개방해 물을 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밤부터 6일 아침까지 평안도, 황해도, 개성시, 자강도 남부, 강원도 내륙 일부 지역에 500㎜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견된다며 ‘특급경보’를 발령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20-08-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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