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의 매니저로 인한 A씨는 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전 매니저 김씨의 주장이 자신이 업계에서 겪은 일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담당 연예인의 촬영과 공연을 위해 사실상 24시간 대기하는 건 물론 쓰레기 분리수거, 빨래 개기, ‘술 대기’까지 하며 몇 년간 혹사당했다”면서 “관련 업무를 배우고 싶어 매니저를 자처했는데, 일할수록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뺨 때리고 마이크 던지고…쉬는 날에도 집청소시켜폭행이나 폭언은 일상적이었다. 연예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뺨을 맞거나 어깨 등을 구타당하고 마이크에 맞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보통 밀폐된 장소인 자동차나 술집, 노래방 등에서 맞았다”면서 “연예인이 ‘이 바닥 뜨고 싶냐’고 한마디 하면 그 뒤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매니저 업무와 무관한 일도 시키면 해야 했다. 또 다른 전 매니저 B씨는 “TV에서는 성격 좋은 연예인이 뒤에서는 돌변했다. 쉬는 날에도 불러서 자기 집 청소를 시켰다”며 “자신은 손 하나 까딱 않고 전날 먹은 치킨까지 매니저들이 치워야 했다”고 밝혔다.
갑질 계속되는데…기획사 10% 계약서도 안써이렇듯 일과 사생활의 구분 없이 각종 갑질에 시달리지만, 노동자로서의 대우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A씨는 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한 번도 월급을 제대로 받아본 적 없다”고 했다. 그는 “매니저는 연예인을 따라다니며 배우는 게 많으니, 돈 없이 힘들게 고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버티다가 나중에는 전단 아르바이트를 하고 타던 차까지 팔아야 했다”고 말했다.
C씨는 “저는 비교적 큰 회사에 소속돼 돈을 받았지만, 1인 기획사 등에서 일하는 다른 매니저들 중 월급을 제대로 못 받아 ‘투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니지먼트 기획사 중 소속직원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비율은 10%가 넘었다. 구두 계약도 3.3%였다. 직업 만족도 역시 낮다. 일자리 포털 워크넷 직업정보시스템에서 연예인 매니저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업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28점이었다는 결과도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연예계와 문화·예술계, 매니지먼트 업계 등에서 발생하는 갑질, 부당행위 등을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clean@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