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코로나 공포와 사투 벌이는 미화원들, 150만원 내놨다

지하철 코로나 공포와 사투 벌이는 미화원들, 150만원 내놨다

이근아 기자
입력 2020-03-12 13:59
수정 2020-03-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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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구매에 써 달라” 150만원 기부한 지하철 미화원들
권미향(사진 가운데 체크 무늬 블라우스)씨의 주도로지하철 미화원들의 선행은 2007년부터 이어져 왔다. 미화원들은 근무시간이 끝나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해 왔다. 사진은 지난해 소년원을 출소한 청소년들이 지내는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  권미향씨 제공
권미향(사진 가운데 체크 무늬 블라우스)씨의 주도로지하철 미화원들의 선행은 2007년부터 이어져 왔다. 미화원들은 근무시간이 끝나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해 왔다. 사진은 지난해 소년원을 출소한 청소년들이 지내는 사회복지시설에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
권미향씨 제공
하루 수 만명 오가는 지하철 역 청소하는 미화원들
‘코로나 공포’ 시달리지만…이웃 돕는 기쁨 커
“가래침 뱉지 않기 등 기본 에티켓만 지켜달라” 당부도
“미화원인 우리를 하위계층처럼 보는 일부 시각들도 있지만, 우리의 손길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게 참 뿌듯해요.”

서울도시철도 소속 지하철 미화원 80여명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50만원을 12일 서울시에 기부한다. 미화원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고된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한 달에 5000원씩 차곡차곡 모아온 돈을 기꺼이 내놓았다. 이들의 기부를 이끈 서울도시철도 산하 그린환경 광화문 총괄팀장 권미향(59)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하철 역을 지나는 수많은 인파를 보며 마스크를 못 구하는 사람들은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울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사실 지하철 미화원들이야말로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늘 노출되어 있는 직군 중 하나다. 이들이 청소하는 광화문역 등 지하철 역사는 하루 평균 몇 만명이 지나다닌다. 권씨는 “혹시나 싶어서 손자도 안 만나고 있다”며 “위생장갑도 끼고 방진복도 입지만 불안하다”고 했다. 이어 “미화원들 중에 나이가 많은 분들도 많아 다들 몸 조심하자며 걱정을 나눈다”고 했다.

업무도 더 고되다. 기존 업무에 소독 업무까지 이들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미화원들은 요즘 최소 하루에 5번 이상 개찰구를 소독한다. 특히 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무데나 뱉어 놓은 가래침이다. 권씨는 “비말 전염이 된다는 데도 미화원들에게 특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줬을 정도로 가래침을 뱉는 분들이 많다”면서 “기본적인 시민 의식만 다같이 지켜주셔도 함께 더 쾌적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하철 미화원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존 업무에 소독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권미향씨 제공
지하철 미화원들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존 업무에 소독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권미향씨 제공
고된 업무에도 미화원들은 이웃을 먼저 떠올렸다. 늘 해왔던 봉사활동을 코로나19 여파로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미화원들은 권씨가 2007년 구산역 청소반장이던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해왔다. 권씨는 “어르신들 계시는 시설에는 고기를 사 가서 구워 드리고, 소년원에서 출소한 청소년들이 머무는 시설에 가서는 엄마처럼 김치도 담궈 나눠먹고 캠핑도 같이 간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잠시 멈춘 상태다. 그러다보니 한 달에 200만원 남짓 버는 돈을 쪼개 각자 5000원 이상씩 모아왔던 돈을 마스크 구입에 쓰면 좋겠다고 생각이 모아졌다고 한다. 권씨는 “금액도 금액이지만 직접 봉사활동을 다닐 수 없는 지금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기부인 것 같았다”면서 “우리도 어렵게 살지만 더 힘든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며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권씨는 시민들에게 이해와 배려를 당부했다. 권씨는 “개찰구 소독을 하다보면 ‘급한데 갈 길에 방해 된다’는 식의 반응을 하는 일부 시민 분들도 계셔서 속상할 때도 있다”면서 “수많은 시민 분들이 지나는 역사를 깨끗이 소독해야 우리 모두가 안전해진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으니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미화원들이 다 지쳐 있음에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웃으며 대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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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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