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 첫 투표, 4·15총선 이렇게 찍는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장 내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만 18세 청소년들이 유권자 대열에 합류한다. 서울신문은 29일 서울 명동, 강남역, 홍대입구역 등을 다니며 청소년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예비 유권자들은 첫 투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스케치북에 적었다. 왼쪽부터 정광수군, 박희진양, 오현지양, 조수민양, 이지은(가명)양.
“올바른 한 표 행사… 사회 더 나아졌으면”
“책임 없는 행동·막말하는 후보들은 NO”
여성·약자·자신감 등 주요 키워드 꼽아
청소년들이 투표로 만들고 싶은 미래는 구체적이었다. 기성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당위나 담론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피부로 경험한 불평등과 불합리한 점들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서울신문이 29일 만난 예비 청소년 유권자들이 꼽은 주요 키워드는 여성과 약자, 그리고 자신감이었다.
서울 강남역 앞에서 만난 박희진(18)양은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박양은 “설리나 구하라 등은 평소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다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며 “제 한 표로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 여성이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은서(16)양도 “여성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여성 연예인들에게 사소한 것까지 악플이 달리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삶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랐다. 노서진(17)양은 “그동안 학교 밖 청소년, 일하는 청소년, 임신한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은 후보자 공약에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주연서(16)양은 “요즘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이 힘들다. 투표권이 생기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정책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청소년 투표 참여가 못마땅한 어른들에 대해선 ‘자신감’으로 맞섰다. “더이상 우리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김하진(17)양은 “어른 중에도 미성숙한 사람이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오현지(17)양은 “학교 수업 중에 ‘정치와 법’이라는 과목이 있다. 지금의 어른들보다는 가장 최근에 정치와 법 수업을 들은 우리가 투표를 더 잘할 것 같다”고 맞받았다.
청소년들에게 어떤 자질의 후보자를 뽑고 싶은지를 물었다. 김하진양은 “요즘 정치인 중에는 책임 없이 행동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자신이 한 공약을 끝까지 책임지는 후보자를 뽑고 싶다”고 밝혔다. 조예은(17)양은 “비리가 없고 겸손한 사람”을 뽑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난 정광수(17)군은 투표를 통해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군은 “우리의 손으로 뽑힌 정치인은 청소년과 일반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더 힘을 쏟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때만 시장에 가서 악수하는 ‘보여주기식’ 모습을 보이는 이들 대신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타적인 정책을 펼치는 정치인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서(17)군도 “투표 연령 하향을 계기로 국가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관심은 우리 사회의 가장 무서운 적”이라면서 “그래야 나라가 더 잘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19-12-30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