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14건 자백… 당시 수사 문제점은
고문치사 명노열군은 ‘화서역’ 용의자청주 복대동 여고생 살인사건도 무죄
화성 초등생 등 단순 실종사건 처리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4일 예고편을 통해 공개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군 복무 시절 사진. 2019.10.4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화면 캡처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윤모(52)씨는 지난 1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3일 뒤인 16일 경찰은 윤씨와 이춘재의 자백을 비교해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은 이춘재”라고 발표했다.
경찰의 자백 강요와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명노열(당시 16세)군은 수원 화서역 여고생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화서역 여고생 살인사건은 1987년 12월 가족과 다투고 외출한 여고생 김모(당시 18세)양이 실종됐다가 이듬해 1월 화서역 인근 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1991년 1월 충북 청주시 복대동 여고생 살인사건도 엉뚱한 사람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당시 피의자로 지목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박모(47)씨는 “경찰이 거꾸로 매달고 짬뽕 국물을 얼굴에 부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서 허위 자백을 했다”고 말했다.
살인사건이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된 경우도 있다. 이춘재가 자백한 1989년 7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경우 당시 경찰은 가족들의 수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도 피해자의 양손에 고무줄이 묶여 있었고, 옷으로 입이 틀어막혀 있는 등 이춘재의 ‘시그니처’(특정 범죄자의 독특한 범행 수법)가 있었지만, 경찰은 화성 사건과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9-11-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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