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경기지역 산지서 포획 피해 내려온 듯…“출몰 크게 늘어날 수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주거지가 밀집한 서울 송파구에서 멧돼지가 잇따라 출몰해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1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시께 송파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멧돼지 2마리가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접수 후 관계당국이 즉각 수색에 나섰으나 1마리는 방이동 공원 방면으로 달아났다. 어미로 추정되는 나머지 1마리는 지하 배관실에 갇혀 날이 밝으면 포획할 계획이었으나 당국이 아침에 다시 찾아가니 달아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오전 2시30분께에도 송파구 오금동 아파트 단지에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관계당국이 즉각 출동했으나 멧돼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같은 날 오후 7시께에는 오금동 공원에서 멧돼지 1마리 출현 신고가 접수됐으나 역시 당국이 출동했을 때는 달아난 후였다.
보통 가을철인 9∼10월에는 멧돼지들이 겨울나기를 위해 먹이를 섭취하러 주거지역에 자주 나타난다. 산지가 거의 없는 송파구에서도 이맘때 인접지역인 경기 하남·광주 야산에서 멧돼지들이 내려와 출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관계당국에 따르면 최근 송파구 멧돼지 출현은 눈에 띄게 늘었다.
송파소방서 관계자는 “과거에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멧돼지 출몰 신고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틀 연속 신고가 들어올 정도로 올해 멧돼지 관련 출동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ASF 사태로 민감한 시기인데다 딱히 산지도 없는 지역에서 멧돼지 출몰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자 주민들은 안전사고 등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멧돼지가 출현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모(73)씨는 “멧돼지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사람들한테서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딸도 있는데, 멧돼지가 잡히지 않았다니 조금 불안하다”고 말했다.
송파구의 멧돼지 출몰은 번식력이 좋은 멧돼지 개체 수가 인접지역인 하남·광주 등의 산지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ASF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도가 멧돼지 포획을 강화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애초 서식지였던 경기도에서 포획을 피해 인접한 송파구로 밀려든다는 해석이다.
이석렬 서울시 멧돼지 출현방지단장은 “포획 강화의 영향으로 멧돼지들이 산으로 다시 들어가는 11월 말 이전까지 멧돼지 출몰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멧돼지를 만나면 소리지르거나 돌을 던지는 등 도발하지 말고 나무 뒤에 숨었다가 멧돼지가 지나간 후 바로 경찰이나 소방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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