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 별세…독재에 굴하지 않은 풍자

‘고바우 영감’ 김성환 화백 별세…독재에 굴하지 않은 풍자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9-08 22:04
수정 2019-09-0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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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화백
김성환 화백
‘고바우 영감’ 최장수 시사만화…한국기네스 등재

우리나라 시사만화의 상징인 ‘고바우 영감’을 탄생시킨 김성환 화백이 8일 오후 별세했다. 87세.

1932년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타고난 그림 솜씨로 17세에 연합신문 전속 만화가로 데뷔했다.

고인이 그린 네 컷의 ‘고바우 영감’은 격동기 세태를 풍자하고 우리 국민의 애환을 대변하는 시사만화로 자리매김했다.

고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위처럼 단단한 민족성을 상징한다는 뜻에서 시사만화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을 고바우로 지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바우 영감’은 1955년부터 2000년까지 1만 4139회 연재돼 단일 만화로는 우리나라 최장수 시사만화로 2001년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원화는 2013년 2월 근대 만화 최초로 등록문화재(제538호)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고인은 1950년 12월 30일 전쟁 와중에 육군본보의 잡지 ‘사병만화’에서 고바우 영감을 처음 그렸고, 이후 1955년 2월 1일부터 동아일보에서 공식적으로 첫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조선일보, 문화일보로 옮겨가면서 2000년까지 작품 연재를 이어갔다.

독재 정권 하에서 시사만화를 그려오면서 여러 차례 탄압을 겪었는데 이른바 ‘경무대 똥통 사건’으로 처벌까지 받았다.

1958년 1월 23일자 ‘고바우 영감’에서 김 화백은 ‘경무대(이승만 당시 대통령 관저)는 똥 치우는 사람마저 권력을 휘두른다’는 내용을 그렸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앗! 저기 온다./귀하신 몸 행차하시나이까?/저 어른이 누구신가요? 쉬-/경무대서 똥을 치는 분이요.
당시 이승만 독재 정권을 풍자한 것인데, 이 내용 때문에 김 화백은 연행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도 국가 권력의 검열을 풍자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허금자 씨와 아들 규정 씨, 딸 규희·규연 씨가 있다.

고인의 빈소는 분당재생병원 장례식장 8호실이며, 발인은 11일 오전이다. (031)708-4444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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