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화고, 자사고 지정 취소 대상 결정
학생들 “일반고 되면 강남권 학생만 유리”
자사고 연합 “자의적 기준으로 한 위장평가”
“진짜요? 하나고는 살고 우리는 떨어졌어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화고 교문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대상으로 결정됐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크게 놀랐다. 강남·서초 학군의 자사고인 이 학교는 2014년 운영평가 때도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가 교육부가 직권 취소해 기사회생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고입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학교라 지정 취소 처분을 피해갈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이 학교는 매년 20~30명씩 서울대에 진학시켜 서울 지역 자사고 중 하나고 다음으로 입시 실적이 좋다. 이 학교 학생 윤모(17)군은 “평등한 교육을 위해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일반고가 되면 이 지역 학생만 진학할 수 있게 되고 나 같은 비강남권 학생은 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러워했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직후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8개 학교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과가 발표되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 동문연합, 자사고 수호시민연합으로 구성된 ‘자율형 사립고 공동체 연합’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평가는 애초부터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반교육적이고 초법적이며 부당한 평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짜맞추기식으로 ‘위장평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합 측은 “이번 평가는 지난 5년간 학교 운영을 평가하는 것임에도 교육청이 사전 예고도 없이 자의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자사고 운영 취지나 지정 목적과도 무관한 기준을 요구했다”면서 “중립적 교육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포함시켜 줄 것과 평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성토했다. 일부 단체들은 서울교육청 앞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은 행정 및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평가 기준 설정과 평가위원 선정 등 평가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집행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도 추진한다. 김철경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결과 발표 후 우리의 입장이 더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 교육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만큼 8개 학교만 지정 취소할 게 아니라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속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결국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로 (평가를 통과한) 5개 자사고는 조 교육감 임기 내 지정 취소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학생들 “일반고 되면 강남권 학생만 유리”
자사고 연합 “자의적 기준으로 한 위장평가”
서울 세화고, 자사고 지정취소 대상으로 선정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서울시 교육청이 자립형사립고등학교 지정취소를 발표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다. 이날 교육청은 서울 소재 13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발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8곳이 지정취소 대상으로 선정됐다. 2019.7.9/뉴스1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세화고 교문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대상으로 결정됐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크게 놀랐다. 강남·서초 학군의 자사고인 이 학교는 2014년 운영평가 때도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가 교육부가 직권 취소해 기사회생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고입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학교라 지정 취소 처분을 피해갈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이 학교는 매년 20~30명씩 서울대에 진학시켜 서울 지역 자사고 중 하나고 다음으로 입시 실적이 좋다. 이 학교 학생 윤모(17)군은 “평등한 교육을 위해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일반고가 되면 이 지역 학생만 진학할 수 있게 되고 나 같은 비강남권 학생은 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스러워했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평가 결과를 통보받은 직후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들은 8개 학교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과가 발표되자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 동문연합, 자사고 수호시민연합으로 구성된 ‘자율형 사립고 공동체 연합’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평가는 애초부터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반교육적이고 초법적이며 부당한 평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짜맞추기식으로 ‘위장평가’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합 측은 “이번 평가는 지난 5년간 학교 운영을 평가하는 것임에도 교육청이 사전 예고도 없이 자의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자사고 운영 취지나 지정 목적과도 무관한 기준을 요구했다”면서 “중립적 교육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포함시켜 줄 것과 평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성토했다. 일부 단체들은 서울교육청 앞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은 행정 및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평가 기준 설정과 평가위원 선정 등 평가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집행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도 추진한다. 김철경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결과 발표 후 우리의 입장이 더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진보 교육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만큼 8개 학교만 지정 취소할 게 아니라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자사고를 일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속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결국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로 (평가를 통과한) 5개 자사고는 조 교육감 임기 내 지정 취소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