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쫓아와 대문 흔든 그놈…보조키 잠그면 안심될까

한밤 쫓아와 대문 흔든 그놈…보조키 잠그면 안심될까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6-12 21:20
수정 2019-06-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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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 가구’ 안전 대책 실효성 논란

신림 강간미수 등 여성 노린 범죄 잇따라
당국, 비상벨 지원 등 범죄 피해 예방나서
여성들 “왜 맨날 스스로 지키라고 하나”
“스토킹, 경범죄 취급 말고 강력 처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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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여성 1인 가구 및 점포 등 300곳에 ‘여성안심 홈’ 4종 세트를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세트에는 디지털 비디오창, 현관문 보조키, 문 열림 센서, 휴대용 긴급비상벨이 포함됐다. 지원 대상은 여성 1인 가구 중 저가주택에 사는 무주택자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최근 여성 1인 가구 및 점포 등 300곳에 ‘여성안심 홈’ 4종 세트를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세트에는 디지털 비디오창, 현관문 보조키, 문 열림 센서, 휴대용 긴급비상벨이 포함됐다. 지원 대상은 여성 1인 가구 중 저가주택에 사는 무주택자다.
서울시 제공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위협하는 주거침입 및 스토킹 범죄가 빈번해지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등이 내놓는 대책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팀은 지난달 29일 양천구 목동의 한 지하철역에서부터 여성의 집까지 쫓아가 대문을 잡고 흔든 남성 A씨를 최근 검거했다. 경찰은 A씨의 이동 동선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들을 분석한 뒤 추적해 붙잡았다. 피해 여성과 남성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피해자가 혼자가 아닌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점, 남성이 “여성과 대화하려는 의도였다”고 한 점을 감안해 경찰은 A씨에 주거침입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 여성 위협 범죄가 빈번해지자 지자체들도 대책을 급히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에 안심할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SS존’ 시범사업을 양천구와 관악구에 시행하면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여성안심 홈’ 4종 세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세트에는 ▲집 안에서 외부인 확인이 가능한 ‘디지털 비디오창’ ▲강제로 창문을 열면 경보음이 울리고 지인에 알림이 가는 ‘문 열림 센서’ ▲비상메시지가 자동 전송되는 ‘휴대용 비상벨’ ▲‘현관문 보조키’가 포함됐다.

하지만 여성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여성 네티즌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에 “왜 항상 스스로 지키라고 하느냐”, “범죄는 순식간에 일어나 용품과 서비스가 별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안심귀갓길·무인택배함 등 현재 정책 대부분이 위험한 상황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느낌을 줄 뿐 근본적 치안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통합적 대책 없이 각각 1차적 해결책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입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성 변호사(포스텍 자문위원)는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처벌법이 필요하다”면서도 “상습성이나 의도성 등을 판단할 객관 기준을 정하기 어려워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이 3년째 계류 중이어서 상습 스토킹을 해도 경범죄로 분류해 범칙금만 부과한다. 외국에서는 스토킹을 중범죄로 처벌한다.

고 대표는 “여성 1인 가구가 안심하려면 성평등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을 집요하게 요구하면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도록 교육과 캠페인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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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명희 서울시의원, 강북구 대한병원교차로 ‘좌회전 신호’ 체계 변경 예정지 현장답사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6-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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