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채운 “너의 잘못 아니야”…살아남은 김군들의 안부를 묻다

구의역 채운 “너의 잘못 아니야”…살아남은 김군들의 안부를 묻다

입력 2019-05-27 02:02
수정 2019-05-2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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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3주기

승강장 한켠 추모 포스트잇으로 가득
사고 당시 김군 가방에 있었던 것처럼
샌드위치 등과 ‘천천히 먹어’ 메모 놓여


3년동안 비정규직 청년 사고 잇따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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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 마련된 2016년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추모공간에 “천천히 먹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사고 당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의 가방에는 미처 먹지 못한 김밥과 컵라면 등이 담겨 있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 마련된 2016년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추모공간에 “천천히 먹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사고 당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의 가방에는 미처 먹지 못한 김밥과 컵라면 등이 담겨 있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너의 잘못이 아니야. 잊지 않을게.”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한 켠은 수십장의 메모지로 가득차 있었다. 한산한 모습의 승강장이었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은 메모지로 가득한 ‘추모의 벽’ 앞에서 한참 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28일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당시 19세)군이 이곳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전동 열차에 치어 사망한 지 3년째 되는 날이다. 고등학교 졸업 석 달 만에 목숨을 잃은 김군의 가방에는 기름때 묻은 장갑과 각종 공구, 미처 뜯지 못한 삼각김밥과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김군의 사망을 계기로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함께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3년 전 김군의 가방을 기억한 시민들은 “천천히 먹어”라는 메모와 함께 샌드위치, 김밥, 주스를 추모의 벽 앞에 놓아뒀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계급으로 나누고, 도구로 사용하는 세상에 살다 가게 해서 미안하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들어라”와 같이 김군의 짧은 생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긴 내용도 있었다. 추모를 위해 일부러 구의역을 찾았다는 취업준비생 김재현(25)씨는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나 차별받지 않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원칙을 강화하고 이를 지키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스크린도어 정비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인 1조로 일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바꿨다. 김군이 속했던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에서 서울교통공사로 편입됐다. 이런 조치로 인해 스크린도어 고장 건수는 사고가 일어났던 2016년에 비해 68% 정도 줄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16년 하루 평균 9.3건 정도 고장났지만 2017년 3.7건, 2018년 3.0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4월 기준으로 2.2건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다른 분야에서의 또 다른 김군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2017년 11월에는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고,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졌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간접고용 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간접고용 노동자 10명 중 4명(37.8%)은 업무상 재해를 경험했다. 이는 업무상 재해를 경험한 원청 정규직 노동자(20.6%)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용균씨나 지난달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해 사망한 김태규씨 등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장에서 원청과 하청 구분 없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인식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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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5-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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