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집으로 가자”… 광화문 광장 품고 진실 찾아 떠난 세월

“잠시만 집으로 가자”… 광화문 광장 품고 진실 찾아 떠난 세월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9-03-18 01:08
수정 2019-03-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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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영정 4년 8개월 만에 이안식

손바닥만한 작은 영정 받아든 유가족들
“안전한 국가로 만들어달라” 마지막 당부
영정 실은 버스 광장 한바퀴 돈 뒤 시청行
서울시 청사 지하 4층 서고에 임시 보관
“분향소 철거, 끝이 아닌 진실규명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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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이별
또 한번의 이별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영정 이안식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이안식을 시작으로 세월호 천막은 설치 4년 8개월 만에 18일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우리 아들 딸들아, 저 조그만 사진 틀 안에서 예쁘게 웃고 있는 아가들아. 엄마 아빠 가슴에 안겨 이제 잠시만 집으로 가자. 이곳에서 밥을 굶고, 머리를 자르고, 눈물과 절규로 하루하루를 보낸 우리 엄마, 아빠들 지켜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집에 가서 예쁘게 단장하고 다시 오자. 우리를 지켜준 모든 분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집에 가자.”

1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진혼사를 읽어내려가자 유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안산 단원고 학생들부터 희생자 289명의 이름이 하나씩 불리고 유가족들은 힘겨운 발걸음으로 분향소 앞으로 나와 사진을 받아들었다. 손바닥 만한 액자 속 가족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 유족들은 영정을 천으로 닦은 뒤 검은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이날 이안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천막은 모두 철거된다.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5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 온 영정들이 1시간 30분에 걸쳐 모두 떼어지는 동안 노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은 영정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안식이 끝나고 영정을 담은 상자를 태운 버스는 수많은 눈물과 아픔이 있던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돈 후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장훈 운영위원장은 추모 낭독에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못 했는데 광화문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힘이 든다”면서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을 지켜야 한다”며 다시 한번 안전한 국가를 소망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추모 발언에서 “광화문 광장 내 세월호 천막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라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한 언론, 폭식 투쟁했던 ‘일베’ 회원, 옆을 지나가며 욕설을 퍼붓는 태극기 부대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안식에 앞서 종교인들도 가족들을 위로했다. 명진 스님은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음을 알려줬다”며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이 광장에서 울었던 모든 날들, 꿈꾸고 희망했던 모든 것을 가슴에 담아 기억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세월호 천막은 참사 3개월 만인 2014년 7월 14일 처음 설치됐다. 당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단식농성을 시작한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동시에 단식에 돌입하면서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참사와 진상규명 필요성을 알리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 농성 벌인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해 8월과 9월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 회원들이 단식을 조롱하며 농성장 코앞에서 음식을 먹는 ‘폭식투쟁’을 벌이는 등 유족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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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명희 서울시의원, 강북구 대한병원교차로 ‘좌회전 신호’ 체계 변경 예정지 현장답사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19-03-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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