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30대 노동자 또 백혈병 사망

삼성 반도체 30대 노동자 또 백혈병 사망

홍인기 기자
입력 2019-01-31 22:34
수정 2019-02-0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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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장치 없이 약액 튀고 환기 안 돼…근로공단, 작년 신청 산재도 처리 안해”

삼성에서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다루던 노동자가 또다시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31일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SDI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던 황모(32)씨가 지난 29일 사망했다. 황씨는 2014년 5월부터 삼성SDI 수원사업장에서 반도체용 화학 물질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황씨는 2017년 12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 왔다. 황씨는 지난 19일 골수이식에 대한 숙주반응으로 중환자실로 옮기고 열흘 뒤인 29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측은 고인이 일하던 중에 백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수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연구환경은 너무도 열악했고 황씨가 발암물질을 다뤘지만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었다”면서 “수동방식으로 일하면서 붉은 약액이 튀었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보호구도,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밝혔다.

황씨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인 지난해 3월 근로복지공단 수원지사에 직접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근로복지공단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역학조사를 할지 여부조차 알려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처리경과에 대한 공문 한 장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황씨가 사망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 전자계열사 노동자 중 반올림에 제보한 백혈병 피해 제보는 104명이며 이 중 60명이 사망했다.

반올림은 “반복되는 반도체 백혈병 사망 재해에 대해 이미 무수한 산재 인정 사례가 있음에도 의학적 소견 등을 이유로 안일한 늑장행정으로 일관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당장 잘못된 처리 관행을 개선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연구 노동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 역시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9-02-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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