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생활유산으로 지정…연말까지 대책 마련”
시청앞서 찬반 집회…“보존해야” “오락가락 혼란”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23일 밝혔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2014년 수립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계획이 2015년 세워진 ‘역사도심기본계획’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고 판단,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하겠다”고 설명했다.
생활유산은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 기술, 생활모습, 이야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뜻한다. 세운3구역엔 을지면옥, 을지다방, 양미옥, 조선옥이 생활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시는 이들 유산을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중구청에 사업시행인가가 신청된 상태다. 강 실장은 “기존 상인 이주대책이 미흡하고, 공구상가 철거에 따른 산업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 사업 진행을 위한 행정절차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와 수표구역 내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에 대한 원칙을 정해 실태 조사도 벌인다. 소유주, 상인,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들고,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박원순 시장은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 가는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고 활성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 온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청 일대에선 을지로·청계천 재개발 찬성·반대자들이 각각 집회를 열고 강력 항의했다. 세운3지구 토지주들은 “세운지구 정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서울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예정된 절차대로 진행되기만 믿고 기다리던 영세 토지주들이 또다시 부담을 떠안고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됐다”고 성토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핵심은 을지면옥이라는 노포 하나의 존치 여부가 아니라 청계천·을지로 일대의 유기적인 산업생태계가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라며 “수십년씩 기술을 보유하고 각각 서로 다른 부품을 제조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온 공구상가 전체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을지로·청계천 일대는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정과 함께 재개발이 추진됐다. 서울시는 당초 이곳을 8개 구역으로 나눠 전면 철거 후 통합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박원순 시장 재선 후인 2014년 171개 중·소규모 구역으로 쪼개 점진정비 방식으로 변경했다.
최근 을지면옥 등 노포가 포함된 세운3구역과 공구상이 밀집한 수표지구 철거가 본격화하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자 박 시장은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9-01-2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