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0시간 일해도 월 200만원 못 벌어”… 카카오가 뺨 때린 셈

“주 60시간 일해도 월 200만원 못 벌어”… 카카오가 뺨 때린 셈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9-01-10 22:06
수정 2019-01-1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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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유서 남기고 또 분신 기사 사망
83% “소득 200만원 미만” 78% “과로”
기사들 스스로 ‘100원짜리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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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하기 너무 힘들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지난 9일 분신, 사망한 개인택시 기사 임모(65)씨 유언 녹취에 담긴 내용이다. 벌써 2명째 택시기사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목숨을 끊었다. 승차 거부 등 평소 불친절했던 영업 태도와 겹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생존권 위협을 운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선이 적지 않지만, 기사들의 노동 현실을 살펴보면 실상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가 울고 싶던 택시업계의 뺨을 때린 셈이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숨진 임씨는 경기 수원 등에서 약 15년 정도 일해 온 베테랑 택시기사였다. 유언을 통해 “힘들다”고 하소연한 그의 수입이나 노동 시간이 평소 얼마나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택시기사들의 일반적 노동 실태를 감안하면 넉넉한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택시기사의 수입(2016년 기준)은 217만원이었다. 세금 떼고 실제 손에 쥐는 돈은 더 적다. 서울시 관계자는 “2년 새 수입이 별로 오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하루 13만 5000원(서울 기준)씩 내야 하는 사납금이 큰 부담이다.

또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택시기사 698명을 대상으로 2017년 벌인 ‘택시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7%는 “월소득이 200만원이 안 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들은 미터기가 100원 올라가는 데 목매는 처지를 자조하며 스스로 ‘100원짜리 인생’이라고 부른다. 특히 택시의 수송분담률(택시·버스·철도 등 각 육상교통수단의 수송담당 비율)은 2009년 4.3%에서 2016년 2.9%까지 떨어져 업계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벌이가 신통치 않아도 새 일자리 찾기는 어렵다. ‘갈 데 없는 이들이 찾는 마지막 직업’이어서다. 개인택시 기사 10명 중 5명 정도가 숨진 임씨처럼 60세 이상 고령자다. 업종 전환이 힘든 고령 운전자들은 매주 장시간 노동을 자처한다. 김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시기사의 78.3%는 1주일 60시간 이상 일했고, 이 가운데 29.1%는 70시간 이상 운전했다. 현행법상 12주간 평균 주 60시간 넘게 일하면 과로로 본다.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만 고려해 기술 진화에 기반한 편리한 서비스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 카풀 도입을 전제로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는 ▲법인택시 사납금제 폐지 및 월급제 도입 ▲카풀을 출퇴근 시간만 허용하거나 하루 2회만 운영하는 방안 검토 ▲택시 서비스 관련 규제 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지하기 전 대화는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사납금을 폐지하고 월급제로 하자고 하는데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임씨의 죽음으로 택시기사들이 더욱 격앙된 가운데 정부와 택시업계가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카풀 갈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른 분들을 설득해야 하겠지만, 생각이 다른 분들 간에 일종의 사회적 타협이나 합의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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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1-1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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