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비리 공개]공금으로 과속과태료·병원비 지출…설립자에겐 조의금 450만원

[사립유치원 비리 공개]공금으로 과속과태료·병원비 지출…설립자에겐 조의금 450만원

유대근 기자
입력 2018-10-25 08:56
수정 2018-10-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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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 전국 시·도 교육청, 2013~2018년 유치원 감사결과 공개
유치원 공사는 무면허업자에…성범죄 등 조회 없이 교사·운전기사 채용
지난 21일 경기 화성시 동탄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이 동탄 센트럴파크 정문에서 유치원 비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8. 10. 2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 21일 경기 화성시 동탄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이 동탄 센트럴파크 정문에서 유치원 비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18. 10. 21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 등 17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 6년간 했던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일제히 공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감사결과 일부를 입수해 공개한 뒤 “왜 교육당국이 직접 공개하지 않느냐”는 국민적 비판이 일자 실명과 감사 결과를 뒤늦게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다.

서울 교육청은 25일 오전 9시를 기해 2013~2018년 공립·사립 유치원 감사 결과를 유치원 실명과 함께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기간에 사립 유치원 64곳이 감사받았는데 이 중 회계 부정 등이 적발돼 처분이 확정된 유치원 45곳의 정보가 이날 공개됐다. 나머지 19곳은 감사 때 지적사항이 없었거나 유치원 측이 재심 요청해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감사 내용에는 일부 사립 유치원장과 설립자가 공금을 쌈짓돈처럼 써온 정황이 드러난다. 아란유치원 설립자는 2014년 12월, 자신이 11일간 입원 치료를 받게 되자 치료비 860만원을 유치원 공금에서 빼 썼다가 적발됐다. 그는 또 유치원으로부터 급여·판공비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님에도 행정 직원을 시켜 모두 18차례에 걸쳐 7374만여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 받거나 현금으로 챙겼다.

아란유치원은 2013~2015년 4건의 공사를 하면서 전문 면허가 없는 건축사에 일을 맡겼다. 학부모들이 아이들 안전에 극도로 신경 쓰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유치원 간부의 경조사비나 과태료까지 공금에서 빼 쓴 곳도 있었다. 건영유치원은 2012년 5월 설립자 겸 유치원장이 사망하자 임시 원장이 공금에서 ‘운영비 및 식자재 구입비’ 명목으로 인출해 유족에게 조의금 450만원을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또, 문성유치원은 설립자 겸 원장이 자신의 개인 승용차 과속 과태료와 기름값 등 승용차 유지·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공금 4966만원을 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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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종합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립유치원 기본입장 및 자정노력 계획발표를 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비리집단으로 매도된 가장 큰 이유는 사립유치원 운영을 위해 투입한 사유 재산에 대한 보장이 없는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설립자들의 지위 보장을 위한 유아교육법과 사립 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2018.10.24/뉴스1
’사립유치원 비리 종합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립유치원 기본입장 및 자정노력 계획발표를 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비리집단으로 매도된 가장 큰 이유는 사립유치원 운영을 위해 투입한 사유 재산에 대한 보장이 없는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설립자들의 지위 보장을 위한 유아교육법과 사립 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2018.10.24/뉴스1
교사나 통학버스 운전기사를 채용하면서 기본적인 범죄 경력조차 확인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서울명일 유치원은 기간제 교원 등 3명을 채용하면서 성범죄 및 아동학대범죄 경력 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감사에서 지적받았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기관에 채용할 때는 근로자 본인 동의를 받아 성범죄·아동학대 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한다. 리라유치원도 통학차량 운전자 12명 중 9명의 성범죄 경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서울에 앞서 대구·경남·제주·부산·세종·전남 등 6개 광역시·도 교육청은 감사에서 회계 부정이 적발된 유치원 실명을 공개했다. 대구의 금빛유치원은 개인보험료 1585만원을 유치원 예산으로 납부했다가 2015년 적발됐다. 경남 창원의 푸른하늘유치원은 원장 개인 차량의 기름값 769만여원을 유치원 회계로 처리했다가 발각됐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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