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청, 유치원 붕괴 전날 알고 있었다…“복구 아니라 증거인멸 중”

동작구청, 유치원 붕괴 전날 알고 있었다…“복구 아니라 증거인멸 중”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8-09-08 20:23
수정 2018-09-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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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동 유치원 붕괴현장 ‘철거 준비 속도 낸다’
상도동 유치원 붕괴현장 ‘철거 준비 속도 낸다’ 8일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인근 공사장 붕괴현장에서 철거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철거를 위해 유치원 건물 아래쪽에 흙을 메우는 작업이 끝나면 이르면 오는 9일 오전 작업을 마무리하고 오후부터 철거를 시작할 계획이다. 2018.9.8
뉴스1
인근 다세대주택 공사장 지반 붕괴로 옹벽이 무너져내리면서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진 지 사흘째인 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현장에서는 손상 부분 철거를 위해 유치원 건물 아래쪽에 흙을 메우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전날 오후부터 밤새 압성토 작업(흙을 쌓고 다지는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 전체 작업의 3분의 1 정도 완료됐다”면서 “내일까지 작업 상황을 보고 압성토 작업을 추가로 진행할지, 철거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에 따르면 유치원 건물을 철거하려면 유치원 아래쪽 공사장에 최소 1만여t의 흙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집게차, 브레이커 등 최소 5t에서 최대 20t에 달하는 중장비들이 유치원 건물과 같은 높이로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유치원 건물 중 심하게 기울어지지 않은 부분 아래쪽에도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흙을 채워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해당 부분에도 흙을 쌓고 있다.

구청은 9일 오전쯤 압성토 작업을 마치고, 오후부터 유치원 건물 철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작구는 전날 “기울어지는 등 손상이 심한 부분을 우선 철거하고, 나머지 부분은 정밀안전진단을 한 뒤 재사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구는 현재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보고 심야 시간에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작업이 너무 시끄럽다는 주민 민원이 거세면 심야 작업을 일시중단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철거 시작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3월 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현장을 점검한 뒤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구청의 대응을 비판했다.

이수곤 교수는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구청이 복구가 아니라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곤 교수는 “내가 보기에 흙은 더는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H파일(알파벳 H 모양의 대형 철제 기둥)을 박아서 건물 추가 붕괴를 막고 현장을 보존한 뒤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흙을 쌓아서 채워버리면 사건 원인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수곤 교수는 “현장을 보니 지반에 단층이 있어서 소일 네일링(soil nailing·지반에 구멍을 뚫은 뒤 철근·시멘트 등 보강재를 채워 지반을 강화하는 공법)할 때 철근이 제대로 못 들어갔거나 철근 개수가 부족했던 것 같다. 3월에도 그 점을 지적했었다”면서 “이를 확인하려면 흙을 메우지 말고, 무너진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청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문제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구청)가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서울시나 국토교통부가 발을 빼지 말고, 큰 사고일수록 (구청보다) 상위기관이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할 동작구청은 이상 징후를 미리 통보받고도 안이한 대처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동작구와 상도유치원 간 수발신 공문에 따르면, 유치원 측은 사고 발생 전날인 5일 건물 기울어짐 발생 등 이상 현상을 동작구 건축과에 알렸다.

유치원 측은 ▲교실 아래 필로티 기둥 균열 및 기울기 발생 ▲옹벽 기둥 끝부분 기울기 발생 ▲구조물 실내외 다수의 균열 발생 ▲옹벽 쪽 외부건물 하부 구멍 발생 ▲펜스 기둥 및 배수로 쪽 이격 등 현상 발생을 구청에 전달했다.

유치원 측은 “옹벽 부분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시급하며, 보완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진행하면 위험하다”는 의견을 보냈다.

아울러 해당 부서의 현장 점검과 시설물 안전성 확보, 옹벽 부분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긴급히 요청했다.

동작구는 유치원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뒤 사고 발생 당일인 6일 시공사 등 건축 관계자에게 “현장을 확인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학부모들도 “전부터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 민원을 제기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내일 조용히 상도동에 들르겠다. 보고받지 않을 테니 준비하지 말고 현장수습에 전념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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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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