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신고 1년 후에야 수리”… 빛바랜 ‘가판대 태양광’

“고장 신고 1년 후에야 수리”… 빛바랜 ‘가판대 태양광’

고혜지 기자
고혜지 기자
입력 2018-09-04 22:58
수정 2018-09-0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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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니발전소 시범 운영 후 방치

가로수 아래 설치로 ‘무용지물’ 되기도
용량 부족에 전기요금 절약 효과도 적어
市 “자치구에 위임”… 구청은 “관리 안 해”
4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인근에 있는 가로판매대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미니발전기가 가로수 그늘에 가려 빛을 받지 못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인근에 있는 가로판매대 지붕 위에 설치된 태양광 미니발전기가 가로수 그늘에 가려 빛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태양의 도시’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이 아무런 실익도 거두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시가 전시 행정에 급급하다 예산만 축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15년 중구·종로구에 있는 10곳의 가로판매대 지붕에 250W 태양광 미니발전소(패널)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했다. 2016년에는 서대문구 일대 가판대 14곳에 확대 설치했다. 한 달에 생산되는 약 24(하루 3.2시간 기준)의 ‘친환경’ 전력으로 가판대의 냉장고와 선풍기 등 전기 시설을 가동한다는 취지였다. 패널 하나당 가격은 64만원으로, 전액 서울시가 지원했다.

‘베란다, 옥상 등 작은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설치할 수 있어요. 여러분 집에서도 지원받아 설치하세요’라는 홍보 문구가 가판대에 걸렸고, 각종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됐다.

하지만 도심 속 태양광 시설은 금세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고장이 나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했고, 시청에 수리를 요청해도 민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 종묘 공원 인근에서 가판대를 운영하는 박향양(60)씨는 “고장 났다고 신고한 지 1년 만에 겨우 수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종각역 부근 가판대 점주 김의한(69)씨는 “수리를 받았는데도 천장에서 계속 소리가 난다”면서 “시청에 전화하면 담당자는 없고, 전화만 계속 돌리다 끊겨 버려 그냥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태양광 패널이 빛이 들지 않는 가로수 아래에 설치된 곳도 있었다. 양오봉 한국태양광발전학회 회장은 “패널에 그늘이 지거나 먼지가 쌓이면 발전력이 크게 떨어진다”면서 “전기 생산량이 50~7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의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로 150㎝, 세로 90㎝ 크기의 패널 한 장으로는 소형 에어컨 하나조차 가동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함으로써 절약되는 전기료도 2500~8000원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동대문역 인근의 가판대 점주인 이우연(66)씨는 “패널이 두 장은 돼야 한다”면서 “패널이 한 장이다 보니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과열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구청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각 자치구의 가로 환경 관리 부서에 해당 사업의 유지·보수 업무가 위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로구청과 중구청은 “구에서 따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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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8-09-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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