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래 최강 북태평양 고기압·티베트 고기압 한반도 협공
무더위에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걸려있다. 2018.7.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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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 8초’(7월말 8월초)가 연중 가장 더울 때라는 점을 고려해도 요즘 같은 폭염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여러 가지 무더위 요소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한반도가 1994년을 뛰어넘어 기상 관측 111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 기온은 강릉 31.0도, 울진 29.3도, 서울·울릉도 29.2도, 포항 29.0도, 수원 28.2도 등이었다.
강릉의 31.0도는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1907년 이래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아침 최저 기온이다.
111년간 전국에서 아침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13년 8월 8일 강릉의 30.9도가 지금까지 가장 높은 최저 기온이었다.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 온도 29.2도는 서울에서 관측 이래 가장 높다. 지금까지는 1994년 8월 15일에 기록한 28.8도가 가장 높았다.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이날 낮 최고 기온은 서울 36도, 강릉 35도, 대전 35도, 광주 36도, 대구 37도, 부산 34도 등으로 예보됐다.
전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8.0도까지 치솟았다. 1907년 관측 이래 서울 역대 최고 기온 5위에 해당한다. 7월 기온으로는 역대 3번째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장마가 완전히 끝난 지난 11일 이래 열흘 넘게 숨막힐 듯한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간 평년의 7월 전국 평균 폭염 일수(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날)는 3.9일에 불과했다. 올해는 1994년의 18.3일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평년의 7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2.3일이다. 가장 많았던 해인 1994년에는 8.9일로, 역시 올해 경신할 수 있다.
이 기간 연중 6~9월 합계 폭염 일수는 평년은 10.1일, 1994년은 31.1일(1위), 2016년은 22.4일(2위)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열기를 식힐 만한 비가 내리지 않는 가운데 티베트 고원 지역에서 데워진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확장하고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까지 받으면서 한반도 상·하층이 모두 더운 공기로 채워져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10년 주기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특히 강하게 발달하는 해여서 대기 상층부까지 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인 21∼22일에는 중국 상하이 쪽으로 이동한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한증막 더위가 한층 심화했다.
가마솥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강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통상 8월 초에는 7월 말 못지않게 수은주가 높게 치솟고,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진다.
기상청은 열흘 뒤인 다음 달 2일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기온은 평년(최저 20∼24도·최고 27∼33도)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열흘 뒤까지 비 소식은 없다.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수는 있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면을 식힐 만한 빗줄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 올해 여름에는 역대 두 번째로 낮 최고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는 곳이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1942년 대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40도를 돌파하는 지역이 나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는 역대 유일하게 수은주가 40도(40.0도)까지 치솟았다.
추풍령은 1939년 7월 21일 39.8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 기온 2위, 경주는 2017년 7월 13일 39.7도, 대구는 1942년 7월 28일 39.7도까지 올라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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