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대피로 터주고 환자 부축, 시내버스는 환자 태워 신속 이송
“시민이 주점 밖으로 뛰쳐나온 환자들을 시내버스에 태우고 다급하게 병원으로 갔어요. 전쟁통이 따로 없더라고요.”군산 주점 화재로 분주한 소방당국
17일 오후 9시 53분께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에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치자 소방당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8.6.1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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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과 소방관뿐 아니라 시민이 환자를 챙기고 시내버스로 환자들을 병원으로 후송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왔다.
방화 용의자 이모(55)씨가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을 주점 입구에 뿌리고 불을 지른 시각은 17일 오후 9시 53분께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속속 화재 현장으로 도착할 시각, 메케한 연기를 맡은 손님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점 밖으로 뛰쳐나왔다.
일부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호흡 곤란으로 바닥에 주저앉거나 꼬꾸라졌다.
한 시민은 정신을 혼미한 환자를 업고 50m가량을 달려 연기가 없는 곳에 눕히고 숨을 쉬도록 했다.
구급대가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병원으로 옮기지 못하자 화재 현장에 몰려든 일부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 의식’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화재를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시민 A(27)씨는 “몸에 불이 붙은 용의자는 다친 상태에서도 도주했고 일부 시민들은 땅바닥에서 신음하는 환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에서 시내버스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A씨는 “어떻게 알고 그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버스 기사가 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내달렸다”며 긴박했던 화재 현장 속 시민의식을 추켜세웠다.
많은 환자가 이송된 군산의료원 관계자도 ‘환자를 태운 시내버스’를 떠올렸다.
이 관계자는 “병원으로 대형버스가 들어오더니 응급실 앞에 환자들을 내려주고 바로 사라졌다”며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참으로 의로운 행동을 한 것 같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소방당국도 시내버스 목격담을 털어놨다.
한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인명구조 활동으로 바빠 경황이 없었는데, 화재 현장을 목격한 버스 기사가 환자 이송을 자처했다”며 “주변 시민들이 환자들을 부축해 버스에 태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화재 현장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비상구를 확보해 환자들의 대피를 도왔다.
시민 4~5명은 화재건물에서 바로 옆 세차장을 지나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비상구가 차량용 철제리프트로 막혀있자, 힘을 모아 이를 옆으로 간신히 밀쳐냈다.
이에 연기를 마식 비틀거리는 환자들이 이 비상구를 통해 바깥으로 가까스로 나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시민 진모(59)씨는 “매케한 연기를 사방을 뒤덮은 긴박한 상황에서 여럿이 함께 차량리프트 옆으로 밀어 비상구를 확보하자 환자들이 비틀거리며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며 “이곳으로 많은 사람이 빠져나와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과 버스 운전기사의 기지와 협조로 30여명의 부상자들은 군산의료원과 동군산병원, 원광대병원 등으로 신속히 옮겨져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한편 방화 용의자 이씨는 범행 3시간 30분여 만에 군산시 중동 선배 집에서 은신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을 요구했다.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에게 방화치사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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