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에 ‘숨진 동료 장례’ 진정서
4년 전 사측의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 씨의 시신을 경찰이 가져간 사건의 진상을 경찰이 직접 조사해달라는 진정이 제출됐다.삼성전자서비스지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1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염호석 열사의 장례 절차에 경찰력이 부당하게 개입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사건 5∼6시간 전부터 경찰 버스 3대가 장례식장 주위에 있었고, 무장병력 300여명이 투입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며 “경찰의 시신탈취가 미리 계획돼 있었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루액을 직사 조준해 살포하고 방패를 세워 사람을 내려찍는 등 진압 과정은 폭력적이었다”며 “화장장에서는 어머니가 자식 유골이라도 보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아버지 의사만 핑계로 어머니까지 에워싸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가장 사적이고 경건해야 할 장례식장에서 법률을 떠나 천륜을 어기는 악행을 저질렀다”며 “이런 공권력 남용은 삼성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당시 장례 절차에서 일어난 일의 진상 규명, 경찰과 삼성의 유착 여부 확인,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이던 염씨는 2014년 5월 17일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을 치르려 했지만 염씨 부친은 갑자기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노조는 부친을 설득하려 했으나 결국 경찰 300여 명이 투입돼 노조가 보관하던 염씨 시신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한 나두식 현 노조 지회장 등 3명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사측이 염씨 부친에게 6억원을 주고 회유했는지, 경찰이 개입한 배경에 삼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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