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풀고 정상근무…STX조선 노동자들 “다행이나 고통도 클 것”

파업 풀고 정상근무…STX조선 노동자들 “다행이나 고통도 클 것”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4-11 15:12
수정 2018-04-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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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식당 오후 2시면 일제히 문 닫아…“노동자들 공깃밥 공짜 3천원 라면으로 끼니”

‘STX조선 정상화 없이! 지역경제 미래 없다!’

STX조선해양 노사가 산업은행에 인건비 절감안과 확약서를 제출한 지 하루가 지난 11일 회사 앞.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정문 근처 이곳 저곳에 여전히 붙어 있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이어온 전면파업을 이날 오전부터 풀고 생산직 전원이 정상 근무에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파업 당시와 다르게 삼삼오오 모여 STX조선 내부를 돌아다니는 직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만난 직원 대다수는 이번 노사확약서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언급을 꺼렸고 일부는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엇갈린 시선을 보냈다.

아직 산업은행의 최종 결정이 남은 상황에서 확약서 제출까지 노사 간 오랜 진통을 겪은 만큼 이와 관련한 내용을 입에 올리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STX조선 앞에서 만난 한 30대 직원은 “애초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했던 인건비 절감 방안에서 추가 인적 구조조정은 피해 다행이라고 여긴다”며 “그런데 재협상을 통해 나가는 직원은 없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이어 “인적 구조조정 대신에 노동자들이 양보한 대로 시행된다면 직원들이 살아남긴 했지만 고통은 엄청날 것으로 본다”며 “가족이 있는 이들의 사정은 더할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노사가 합의한 확약서가 제출된 만큼 산업은행이 이를 수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번 확약서에는 생산직의 경우 향후 수년간 1년 중 6개월간 무급휴직을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50대 직원은 “노사 간 끈질긴 노력 끝에 힘들게 마련한 확약서인 만큼 산업은행은 무조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회사가 이대로 쓰러지면 지역경제에 주는 영향도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약서의 구체적 내용보다 어쨌든 법정관리를 피하고자 노사가 머리를 맞대 대안을 도출해냈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그래도 이렇게 확약서가 제출돼 한시름 놓았다. 산업은행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인근 상인들은 STX조선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뒤 인근 상권이 초토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다행히 법정관리를 피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고통분담이 뒤따라야 해 향후 경기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본다는 이들의 얼굴 표정도 어두웠다.

협력업체로 추정되는 조선소 인근 공장 부지나 상가에 임대 광고가 예전부터 나붙은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STX조선 바로 앞에서 9년 동안 식당을 운영한 60대 여주인은 “예전에는 야근하는 직원이 많아 저녁까지 식당 문을 열었는데 이제는 점심시간만 지나면 발길이 뚝 끊긴다”며 “점심시간 지나면 아예 문 닫고 퇴근한 지가 꽤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3∼4년 전과 비교해 손님이 30∼40% 줄었고 작년에는 한동안 휴업하는 것도 고려했을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며 “STX조선 문제가 바로 지역경제 문제인 만큼 어떻게든 살려달라는 말을 정부와 산업은행에 꼭 전하고 싶다”고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STX조선 인근 식당 대부분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오후 2, 3시가 되면 일제히 문을 닫는다.

조선소 인근에서 3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주인은 “잘 나갈 때는 직원들이 번호표까지 받아가며 줄을 서 기다리다 밥을 먹었는데 지금은 낮에 10명도 안 온다”며 “1년 동안 1억 넘게 매출을 올리기도 했는데 정산을 해보니 작년엔 2천만원을 겨우 넘은 수준이었다”고 토로했다.

“직원들 임금이 깎이다 보니 한 끼 8천원짜리 우리 식당은 잘 찾지 않고 바로 옆 분식집에서 공깃밥이 공짜로 나오는 3천원짜리 라면을 주로 먹는다”며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으나 하루하루가 힘겹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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