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이 풀어준 강간범, 전자발찌 차고 유유히 출국

[단독] 법원이 풀어준 강간범, 전자발찌 차고 유유히 출국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4-09 23:04
수정 2018-04-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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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찬 채 성폭행했는데 “도주 우려 없다” 구속영장 기각

검색대·출국 심사 ‘무사 통과’
보안관에게 “택배 하역” 허위문자
이륙 후 파악… 베트남서 체포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피의자가 인천국제공항 검색대를 유유히 통과해 베트남행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법원은 앞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 도주 우려가 없다”며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한 여행객이 여객기를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한 여행객이 여객기를 바라보는 모습. 연합뉴스
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신모(38)씨는 지난달 4일 경기의 한 모텔에서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A(20·여)씨에게 마약류 성분의 졸피뎀을 탄 술을 마시게 했다. 신씨는 술을 마시고 의식을 잃은 A씨를 성폭행했다. 경찰은 신씨를 강간 및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았다. 신씨는 2007년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았으며, 출소한 뒤 현재까지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상태였다. 그는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두 차례 더 투옥된 전력도 있었다. 이에 경찰은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씨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 위치가 확인되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 방어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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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난 신씨는 지난 4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가 오후 8시쯤 떠나는 베트남행 비행기 탑승권을 끊었다. 신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는데도 출국금지 대상자가 아니다 보니 보안검색대를 빠져나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신씨가 “보호관찰소로부터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하자 보안 직원은 그를 순순히 통과시켰다. 보호관찰 대상자는 관할 보호관찰소의 사건 출국 허가를 받아야 하며 담당 보호관찰관이 직접 전자발찌를 탈착한 뒤 출국 절차를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신씨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거짓말만으로 손쉽게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신씨는 담당 보호관에게 ‘인천공항 내 물류센터에 택배를 하역하는 일을 하러 왔다’는 허위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공항 측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도 신고만 하면 출국할 수 있다. 신씨도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출국하는 줄 알았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출국자에 대한 수사 사실은 공항 측과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용역 보안업체로서는 신씨가 수사 대상인지 알 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씨의 범행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공항 입장에서는 항공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확인하기 때문에 신씨의 탑승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전자발찌는 기내 반입 금지 물품으로 분류돼 있지도 않다.

노원경찰서와 청주보호관찰소는 신씨가 탄 비행기가 이륙한 이후 전자발찌의 신호가 끊기고 나서야 그의 도주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베트남 주재 경찰과 공조해 지난 5일 0시 55분쯤(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있던 신씨를 붙잡았다. 신씨는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강제 송환돼 같은 날 오전 7시쯤 긴급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가 만에 하나 국제 공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로 출국했다면 해당 국가의 입국장도 유유히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에게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과 ‘보호관찰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이번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7일 구속됐다. 경찰은 오는 13일쯤 신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8-04-1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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