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재수사·국정원 정치 개입·방산비리 등 주목
법무부가 10일 검찰 고검 검사(지검 차장·부장 및 지청장)급과 평검사의 인사를 단행해 문재인 정권 초기 각종 수사를 책임질 ‘문무일호(號) 검찰’의 진용이 완성됐다.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임명장을 받았고, 같은 달 27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가 이뤄진 데 이어 이날 중간간부급의 행선지도 결정됐다.
전국 최대 검찰청이자 중요 특수·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윤석열 지검장과 함께 일했던 중간간부들이 대거 입성해 대대적인 사정수사를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1호 국정과제로 내건 만큼, 전열을 정비한 검찰이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에 나설 전망이다.
적폐 청산과 연관된 검찰의 과제로는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추가 수사가 첫 번째로 손꼽힌다.
그간 특검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처벌을 피해간 인물이나 기업 등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민정·정무·정책조정수석실 등이 생산한 문건들을 무더기로 발견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등에 사본을 넘긴 상태다.
공개한 내용에는 청와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도움을 주려 한 정황,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단체를 동원한 정황,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무력화를 시도한 정황, 민간 기업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검색 방식의 ‘좌편향’을 수정하려 한 정황 등이 담겼다.
향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수사에 가까운 새로운 수사 줄기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받는 내용이다.
앞서 감사원은 2015∼2016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위법·부당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관세청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 및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진행하는 과거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도 대대적 수사로 이어질 중요한 ‘뇌관’으로 손꼽힌다.
TF는 원세훈 전 원장 시절에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최대 30개의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3일 밤 전격 공개했다.
오는 30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검찰은 신속히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나서 국정원의 전반적인 정치개입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까지 사정의 칼날이 향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가 진행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식회계 의혹 수사도 ‘방산비리’를 고리로 이전 정부 고위층을 겨눌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은 KAI의 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이 혈세 낭비를 초래한 부분에 초점을 두고 경영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
그러나 하성용 전 KAI 대표가 전 정권의 ‘비호’를 받은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향후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이 관여한 의혹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첩보 수집과 판단을 거쳐 공직 비리 등에 대한 사정수사가 서서히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현 정부 들어서 검찰의 범죄정보·특수수사·공안 조직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은 검찰의 발걸음을 무겁게 할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검찰이 ‘개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속도감 있는 수사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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