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더 늦출 수 없어”…24일부터 매주 목·금은 블랙리스트 재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이달 넷째 주부터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다.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들의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온 바 있지만,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재판에서 직접 유·무죄를 따지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일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공판에서 “8월 21∼25일 주간부터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을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월·화요일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삼성그룹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목·금요일은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을 심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 관련 심리는 이달 24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김기춘 전 실장 등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가 잠정적으로 사실관계를 판단했고, 이 부분에 관한 쟁점도 뚜렷하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심리하지 않은 혐의 중) 블랙리스트 관련 부분이 가장 덩치가 커 심리를 개시할 필요가 있고, 이달 중으로 박근혜 피고인이 기소된 지 4개월이 된다”며 “심리를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이 해당 공소사실에 공모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부는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돼 있다는 대통령 인식 때문에 청와대 내에 ‘’좌파 배제, 우파 지원‘ 기조가 형성됐다고 봤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박 전 대통령이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지휘함으로써 공모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삼성그룹 뇌물수수 관련 부분은 남은 증인이 대거 철회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증인 총 34명의 검찰·특검 진술조서가 증거로 쓰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증인 신문은 진술조서를 법정에서 공개하는 절차로 대체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또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삼성 합병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손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한 신모 연세대 교수 등 7명 가량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신청 내용은 추후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