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이 프로포폴 투여 환자 숨지자 자살 위장해 시신 유기

병원장이 프로포폴 투여 환자 숨지자 자살 위장해 시신 유기

입력 2017-07-28 09:03
수정 2017-07-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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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해경 “정상 투약량 수십배 투약한 정황 확보”

마약류 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여한 뒤 환자가 숨지자 자살로 위장해 시신을 바다에 버린 병원장이 해경에 검거됐다.

경남 통영해양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사체유기·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거제 소재 모 의원 원장 A(57)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통영해경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께 의원에 온 환자(41·여)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평소에는 의사의 지시를 받아 간호사들이 하는 일이었지만 당일에는 의사가 직접 투여했다.

의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3명이 사건 발생 하루 전부터 A 씨와의 갈등으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런데 약을 투여한 지 수십분이 지났을 무렵 환자는 심정지로 숨졌다.

A 씨는 주사실에 숨진 환자를 계속 눕혀놓고 의원 접수실 직원이 퇴근한 뒤 인근 렌트카 업체에서 차량 1대를 빌렸다.

이후 환자 시신을 차에 옮겨 싣고 장소를 물색하다가 다음날인 5일 오전 4시께 통영시 용남면의 한 선착장 근처 바다에 시신을 버렸다.

선착장에는 평소 환자가 복용하던 우울증 약과 손목시계 등을 올려두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

통영해경은 당일 오후 1시께 한 주민의 신고로 시신을 발견, 수사에 착수했다.

단순 자살로 볼 수도 있었지만 피해자가 통영에 연고가 없는데다 주점에 근무하는 점 등에 미뤄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우선 주변 CCTV 확보에 나섰다.

CCTV 1대에는 시신 발견 장소 근처 선착장에서 비가 심하게 내리는 와중에 차량 한 대가 30여분간 머물다가 떠난 장면이 담겨 있었다.

통영해경은 차량번호 조회 등을 거쳐 A 씨가 렌트한 차량임을 확인했다. 차량 안에서는 피해자가 착용하던 동일한 귀걸이 고정핀이 발견됐고, 피해자 DNA도 검출됐다.

통영해경은 또 피해자 주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A 씨 의원을 지난 5월부터 꾸준히 다닌데다 지난달 말부터는 거의 매일 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가 거주하던 거제의 한 원룸에서는 A 씨 의원 이름으로 처방된 수면장애 관련 약 봉지도 확보했다.

이어 의원 내부와 건물 지하주차장·엘리베이터 등 CCTV 영상이 삭제됐고 A 씨로부터 제출받은 피해자 진료기록부가 조작되는 등 증거가 인멸된 정황도 확인하고 지난 25일 의원에서 진료를 보던 A 씨를 검거했다.

A 씨는 대체로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해자 사망 당일 프로포폴이 아니라 영양제를 투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채무가 많은데, 피해자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까봐 겁이 나서 범행했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해경은 A 씨가 삭제하지 못한 의원 관계자간 컴퓨터 대화 내역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최근 2개월간 병원을 20여 차례 방문, 하루에 50∼100㏄까지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것으로 봤다.

위·대장 내시경 등에는 보통 1∼10㏄가량이 사용된다고 통영해경은 설명했다.

프로포폴을 투약해주고 A 씨는 다른 명목의 병원비로 1회 30만∼50만원을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통영해경 측은 “A 씨가 경제적 사정으로 평소 피해자 요구를 받아들여 다량의 프로포폴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왔고, 피해자는 사실상 중독 상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원에서는 소량의 프로포폴만 압수한 상태고, 얼마나 구입해 썼는지는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의 경우 의사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입건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다른 사람에게도 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통영해경은 피해자 사망 원인을 명확히 하려고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관련 내용을 거제시보건소에도 통보, 행정처분을 의뢰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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