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면 과징금·늘리면 졸음운전…광역버스 운행 횟수 준수 딜레마

줄이면 과징금·늘리면 졸음운전…광역버스 운행 횟수 준수 딜레마

입력 2017-07-12 22:36
수정 2017-07-1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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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1대당 기사 1.7명…인력 부족·수당 위해 추가근무

민원 때문에 운행 감축 어려워…경찰 ‘졸음사고 버스’ 압수수색

서울 양재나들목에서 발생한 졸음운전 사망사고 이후 버스 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버스의 ‘운행시간 단축’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시민의 편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12일 경기 지역 한 광역버스 회사에서 만난 박모(58)씨는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방침대로 운행 횟수와 시간을 줄이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기 때문에 살인적 운행 스케줄이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로 ‘일반 시민들의 민원’을 꼽았다. 박씨는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버스 업체가 운행 횟수를 줄이면 각 지방자치단체에 차량 운행을 늘려 달라는 항의성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면서 “그래서 시청이나 구청에서도 업체에 운행 횟수를 줄이라고 요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버스 회사는 규정 운행 횟수를 지키지 못하면 건당 100만원의 과징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연속해서 위반하면 과징금이 50% 할증된다.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을 방지하려고 운행 횟수를 줄였다가 지자체는 ‘민원 폭탄’을, 버스 업체는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서울시 등에서 시행 중인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서 “연말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업체의 ‘인력난’도 정부의 ‘8시간 연속 휴식시간 보장’과 같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구는 요인으로 인식된다. 경기지역 광역버스 1대당 기사 수는 1.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1대당 배정 기사가 2명에 미달해 2교대 근무가 안 된다는 것은 기사 한 명이 사실상 버스 1대를 계속 책임지고 운행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버스 기사가 쉴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지키지 않는 버스 업체에 1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서도 정책과 현실 간 괴리가 생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졸음운전 사고를 낸 ‘M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를 두 번째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하루에 16~18시간 근무하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피로가 누적됐었다”면서 “사고 당일 5~6시간 잤고 평소에도 이런 패턴으로 일해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이날 경기 광주의 차량 정비 업체로 옮겨진 사고 버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운행 기록과 제한속도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다. 조만간 해당 버스업체 대표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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