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발 ‘사법개혁 태풍’…사법평의회 두고 법원 ‘초긴장’

국회발 ‘사법개혁 태풍’…사법평의회 두고 법원 ‘초긴장’

입력 2017-07-10 10:07
수정 2017-07-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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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법행정 협의체 구성해 대법원장 대신 인사·예산·행정 관장”“사법부 독립 침해”, “권력분립 위반” 의견 속 “민주적 정당성 확보” 주장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내홍을 겪은 사법부가 이번에는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치권발 사법개혁’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 분산, 인사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던 판사들은 이 와중에 ‘사법개혁’을 기치로 사법부의 고유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일자 당혹해 하면서 논의 진행 경과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에서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논의 중인 사법평의회 도입 문제를 두고 일선 판사들이 올린 갖가지 의견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개헌특위가 구상 중인 사법평의회는 대법원장 대신 법관 인사와 법원 예산, 사법행정 사무 전반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 회의체는 대통령과 국회, 법원이 함께 구성하게 된다. 사법행정을 정부와 국회, 법원의 협의체에 맡겨 운영한다는 논리다.

논란의 핵심은 사법개혁을 내세워 삼권 분립의 기본 전제인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데 있다.

다수의 판사는 ‘사법평의회가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 데다 사법부 독립을 염두에 두지 않는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고위 법관은 “개헌특위의 논의는 사법부 구조와 우리 법체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외국 제도를 단순히 ’이식‘하겠다는 처사”라며 “사법평의회는 유럽의 제도인데 유럽은 법원이 법무부 산하에 놓여있다. 즉 사법부 독립이 안 돼 있는 구조여서 기본 전제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국회가 행정부의 사법행정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사법평의회를 도입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사법부가 독립돼 있어 유럽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삼권 분립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흐름에 역행하는 제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평의회는 사법행정을 법무부가 수행하는 유럽에서 국회를 참여시켜 법무·사법행정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제도”라며 “사법부 독립이 헌법에 규정된 우리 체계에서 이를 도입하자는 것은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도 “검찰 개혁 등 정부 조직의 개혁에 법원이 관여할 수 없고 개입하지도 않는 것처럼 사법부 개혁도 법원이 주체가 돼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 독립의 문제는 정부와 국회, 법원이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 의견을 내는 일부 판사들은 코트넷에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기반이 취약한 법원이 사법평의회를 통해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평의회의 기능이 사법행정에 머물기 때문에 헌법이 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재판의 독립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최근 사법개혁 논의를 둘러싸고 대법원장 권한 분산, 인사제도 개선 등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론에서는 다양한 이견을 내놓고 있는 판사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정치권발 사법개혁 태풍‘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향후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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